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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출 칼럼> 라일락 향기는 흩날리건만
기사입력  2006/05/29 [18:52] 최종편집   
라일락 향기는 흩날리건만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에 접어들면서 담장 넘어 삐죽이 솟아오른 라일락 가지에서 퍼져 나오는 향기가 아침 출근길을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버스를 타기 위해 골목길을 내려오는데, 누군가 급히 달려오더니 명함 한 장을 내민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인 것 같다.

기계적으로 잠시 바라보다가 뒷면으로 넘겼더니, 그동안의 자신의 경력을 빼곡히 써놓았다. 잠시 보다가 주머니에 넣을까 쓰레기통에 버릴까를 결정하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더니 어느새 사람들의 구둣발에 밟혀져 있는 명함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나는 명함을 버리지 못하고 버스 타는 곳까지 들고 가면서 어느새 ‘라일락 향기’를 잊어버리고 말았다.

문득 지난 9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신림10동에 위치한 삼성산 중턱에 소각장을 설치하겠다는 구청과 싸우기 위해 앞장을 섰던 적이 있다. 아무래도 우리 집에서 회의도 하게 되고, 전화도 많이 오고, 유인물을 만들다 보니 딸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였던 것 같다. “왜 아빠가 이 일을 해야만 하느냐?”고 딸이 물었다.

당시 산장아파트 동대표 회장을 맡았던 나로서는 ‘소각장 건설을 반대하는 일’을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에 ‘왜’ 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날 저녁 조용히 자신에게 물어야 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려고 하는가?’ 그리고 ‘이 일은 어떤 소수의 이익을 위한 님비인가, 더 큰 공익을 위한 저항인가?’ 하는 것이었다.

며칠을 고민하고 검토한 끝에 ‘확신’을 얻게 되었고, 그 후 3년을 일관되게 소신껏 투쟁(?)할 수 있었다. 함께 참여하는 분들에게도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계속해서 심어 주었고, 목표에 대한 이상이 같았기 때문에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지금도 삼성산 소각장 반대 운동의 주역은 개인이 아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이 ‘주역’으로 활동하고 뛰었기 때문이다.

주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지방선거가 정당의 잔치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이 선거의 주역은 ‘정당’이 아니라 우리 ‘주민’이다. 때문에 주민을 들러리로 만들고, 투표권을 무력화시키려는 지방의원의 ‘정당 공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여섯장의 투표용지를 차례로 받으며 어찌할 바를 몰라 두리번거릴 유권자들의 얼굴이 예견된다. 선택권을 주었다고 하지만, 제대로 발휘될 수 없는 선택권은 교묘히 위장된 정치인들의 계략이 아닌가? 누가 그 짧은 시간에 6번의 투표를 정신 차리고, 곰곰이 생각하면서 제대로 행사할 수 있을까? 결과는 거의 ‘줄 투표’로 그칠 것이고…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자신의 무기력에 탄식할 것이다.

4년 만에 돌아온 지방선거가 ‘월드컵’처럼 전 국민의 열광적 축제가 되도록 만들 책임이 정치인에게 있건만, 지금도 싸우느라 국회에 나오지도 않으면서 봉급은 꼬박꼬박 타 간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어찌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 우리를 더 슬프게 한다. 라일락 향기는 계속 코끝에 감돌건만 냄새를 인식하지 못하는 현재의 나와 같은 정국이다.

그래도 투표는 꼭 해야 한다. 정당이 누구를 공천했건 우리의 선택이 남아 있지 않은가? 90%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한다면, 이것만으로도 정치인들은 커다란 타격을 받을 것이다. 혹, 당신의 자녀가 “왜 투표하러 가느냐?”고 물으면 ‘대답할 뭔가’를 준비해 보는 5월이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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