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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욱 열사를 보내며
기사입력  2007/04/30 [00:00] 최종편집   

■한미FTA 연재기고
허세욱 열사를 보내며

한미FTA 폐기를 요구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던 허세욱씨가 4월 15일 끝내 운명을 달리했다. 그의 분신과 죽음을 두고 농민도 아닌 택시기사가 왜 그런 극단의 선택을 했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있는 듯하다. 이러한 생각은 전적으로 한미FTA를 우리 사회 도약의 계기이자 기회인 것처럼 일방적인 홍보를 해대면서 농업의 일부를 제외하면 피해가 없다고 강변했던 노무현 대통령 주장을 비판 없이 수용한 결과이다.

97년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때에도 그 대가로 노동시장의 유연성, 외국인 주식취득제한의 완화와 같은 우리 경제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제도변화가 수반되었다. 그 결과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터를 잃고 서민부담은 가중되어 지금까지 가계부채 확대와 양극화 심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하물며 보다 직접적으로 경제체제와 온갖 법제도의 변화를 수반하는 미국과의 FTA에서 농민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피해가 없다는 노무현씨의 주장은 시사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쉽게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허세욱씨의 공개된 유품 중 많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만든 것이 있다. 생전의 그가 민주노동당의 한 당직자에게 전해 주었다는 작은 종이박스에는 한미FTA와 관련한 온갖 토론회 자료집과 신문스크랩 자료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하루 12시간의 고된 노동을 마치고 터벅터벅 집에 들어간 53세의 노동자는 깨알같은 신문기사를 읽으며 FTA가 자신과 같은 노동자와 서민을 얼마나 더 양극화의 벼랑 끝으로 내몰 것인가를 공부했다.

생전에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을 살았던 그가 FTA를 다룬 기사에서 보게 된 것은 정규직 노동자의 비정규직화, 대량해고, 공적 서비스의 민영화와 물가폭등이었고, 이것을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절박한 생각에 이르렀을 것이다.

못 배운 한을 풀기라도 하듯 많은 강연을 찾아다녔고 스스로 자료를 찾아 밑줄을 긋고 의문점을 메모하여 똑똑해 뵈는 사람을 만날 때는 질문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그는 책에서만 보았던 ‘실천하는 지식인’이었다.

허세욱씨는 자신이 가진 작은 것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삶을 실천한 큰 사람이었다. 그는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참여연대 등의 회원이었다. 관악사회복지의 회원이었고, 관악주민연대의 창립회원이기도 했다. 백만 원이 조금 넘는 택시기사의 박봉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를 보다 평등하고 자주적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단체라고 생각되면 어김없이 주머니를 털며 지극정성으로 활동했고, 대학생들이 사회과학 서적을 탐독하지 않아 ‘그날이 오면’ 서점 경영이 어렵다는 사실을 듣고는 득달같이 달려가 후원회원을 자처하기도 했다.

노동을 마친 그는 자신의 택시를 탄 손님에게 건네고 남은 한미FTA 반대 유인물을 관악구의 골목골목을 돌며 직접 배달했었다고 한다.
한미FTA에 대해 비판하는 택시기사를 만나본 사람들이나 우편물통에서 한미FTA 유인물을 받아 본 사람들, 신림역 출구에서 한미FTA 반대 피켓을 들고 있던 반백의 짧은 머리 노동자를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대통령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을 때 온몸으로 진실을 말했던 택시노동자 허세욱씨를 꼭 기억하기를 바란다.

나경채 한미FTA저지 관악운동본부 집행위원장
2007년 4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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