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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청년세상보기
기사입력  2007/03/26 [00:00] 최종편집   

2.13 합의, ‘말 대 말’이 아닌 ‘행동 대 행동’

“지금까지 미국은 상상 속의 북한을 상대했지만, 앞으로 있는 그대로의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 그래야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미국의 월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이 1999년 북한을 방문한 후 했던 말이다. 이 말은 그 전까지 미국은 북한을 있는 그대로 상대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말이기도 하다.

미국은 북한을 하나의 국가로 상대하기보다는 굴복시켜야 할 세력, 혹은 얼마 후면 망할 세력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1993년부터 본격화된 북한의 핵을 둘러싼 협상은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파행을 거듭했다. 협상은 상대를 인정해야만 성립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1994년 이루어진 제네바 합의도 실현되지 못했다. 미국은 시간을 끌면서 큰 물난리로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던 북한이 망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북한은 망하지 않았고, 도리어 광명성 1호를 쏘아 올렸다.

클린턴 정부는 임기를 1년 남긴 시점에서야 북한을 한 국가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0년 10월, 북미공동성명(조미공동코뮈니케)을 체결하고 클린턴의 방북까지 약속했다.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부시 정부가 들어서면서 클린턴 정부의 대북 정책은 완전히 무시되었다. 부시 대통령은 1994년의 제네바 합의를 qaz악행에 대한 보상qaz이라고 규정했으며,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말하면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혐오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부시 대통령이 바라본 북한은 주권을 가진 국가가 아니라 악의 축일뿐이었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함에 따라 클린턴 행정부의 북미공동성명은 무효화되었으며, 북미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 북한의 핵실험까지 이르게 되었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국제적으로 부시 행정부 대북적대정책이 북핵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다는 비난이 일어났다. 이라크 전쟁의 실패, 이란의 핵개발 등 이중 삼중으로 외교문제를 겪고 있던 부시 행정부의 선택은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해결 밖에 없었다. 그 결과 2007년 2월, 베이징에서 열린 제 5차 6자회담에서 2.13합의가 이루어졌다.

합의문에 명시된 내용은 간단하다. 북한은 비핵화의 첫 단계 조치로서 향후 60일 이내에 영변의 핵시설을 폐쇄, 봉인하고, 감시와 검증을 받는다. 미국은 대북적대정책 철회의 첫 단계 조치로서 금융제재 해제하고, 60일 이내에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적성국 교역금지 종료과정을 시작한다. 또한 미국을 포함한 각국들은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을 한다. 이와 함께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시작한다. 등이 중요한 합의내용이다.

간단한 합의내용이지만 그 의미와 미칠 영향은 국제 정치의 지각변동을 일으킬 만큼 엄청나다. 북한은 핵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줄곧 북한과 미국의 직접 대화와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직접 대화를 거부하고 다자간 대화인 6자회담 틀을 고집해왔고, 북한에게 조건 없이 핵을 포기할 것을 강요해왔다. 그런데 2.13합의에서 미국은 북한과 직접대화와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받아들였다. 미국이 북한을 인정하고 직접대화에 나서면서 ‘말 대 말’이 아닌 ‘행동 대 행동’으로 나선 것이다. 합의문에는 북미직접대화, 그리고 북한의 핵포기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철회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들과 시한이 제시되어 있다. 이것이 이전 합의들과 큰 차이점이다. 2.13합의는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의 첫발인 셈이다.

2.13합의 후,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초청했다. 미국은 북한의 고위관리를 미국으로 불러들여 회담을 가졌다. 또한 금융제재 해제도 약속했다.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마주앉기조차 싫어했으며, 잘못된 행동에 대한 보상은 결코 없을 것이라던 과거의 미국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북미관계가 급변하자 일부 보수진영과 보수언론들은 미국의 태도변화에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그리고 2.13합의 내용을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의미를 축소하거나 무시하려는 경향도 있다. 이들은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것에 대해서도 ‘퍼주기’라고 비난하면서 관계개선보다는 현상유지를 바라는 눈치다.

미국마저 북한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데 남한의 일부 보수 세력들과 보수언론들은 북한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질서는 평화체제로 변해가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여전히 과거의 대결논리와 적대의식에만 사로잡혀 있다.

관악청년회 사회학술 분과위원회
재창간 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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