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청즉명(兼聽則明)
교수신문은 해마다 ‘올해의 우리 사회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사자성어’를 추천받아서 12월에 소개하는데, 해마다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작 네 글자로 표현되는 사자성어에 고개를 끄덕이고, 깊은 공감을 표시하는 첫째 이유는 짧고 간결한 ‘함축성’ 때문일 것이다. 알아야 할 정보가 파도처럼 밀려오는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의 지식의 홍수에 허우적거리기 일쑤다. 그래서 함축성이 높으면서 ‘스토리’가 있는 사자성어에 흥미를 갖고 관심을 기울인다.
관악저널은 관악구라는 지역의 언론사로서 ‘겸청즉명(兼聽則明)’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소개하고 싶다. 겸청즉명(兼聽則明)이란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 보면 시비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음’을 뜻한다. 여러 사람들이란, 내편(?)이 아닌 사람도 포함한다는 뜻이다.
최근에 관악구의 각종 위원회에는 비슷한 성향의 인사들로만 채워져 있다는 여론이 높다. 생물학에서는 ‘동종교배의 공멸’이라는 말도 있다. 즉 유사 형질간의 교배, 같은 계통의 생물끼리 교배할 경우 그 결말은 공멸이라는 것이다. 최근에 우리가 즐겨 먹는 바나나가 바로 동종교배로 곧 시장에서 사라질 것이란 경고가 나온 바 있다.
당나라 역사에서 가장 성군으로 추앙받는 왕은 ‘정관지치’로 유명한 당태종 이세민이다. 그가 그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매사에 그의 정책에 직언을 하고, 반대의견도 서슴지 않았던 위징(魏徵)이라는 정치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위징은 역사적인 교훈을 예로 들면서, 군주의 편파적인 판단이 얼마나 큰 잘못된 결과를 초래하는지 자주 직언했다고 한다.
사자성어에는 이런 교훈적 의미가 담겨있어서 감동을 주기도 한다. 관악구는 이미 13년간 민주당에서 구청장을 역임하고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 동종교배 현상이란 학연ㆍ지연ㆍ혈연과 정치적 지향의 토대가 패쇄적 구조로 변질될 때, 바로 동종교배라고 하는 것이다. 다른 의견이나, 시각을 차단하는 사회나 기업 그리고 정치 집단은 결국 폐쇄된 공동체를 심화시키고 결국 쇠퇴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윤여천 관악저널 대표
재창간 422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