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기고)
한국의 석조문화를 소개합니다!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는 관악산은 관악구민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쉽고 가볍게 찾게 되어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산이다.
관악산 입구에서 30분쯤 걸어가면 호수공원이 있는데 주위에는 정자, 모교, 분수, 파고라, 석고상 및 시비, 화계 등이 있어 관악산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봄에는 관악산 입구부터 호수공원까지 이어지는 철쭉꽃에 반하고, 가을에는 울긋불긋 단풍에 반하게 된다.
이렇듯 말없이 사계절이 바뀌는 관악산의 입구에 관악문화원이 함께 자리하고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필자는 관악구청장 재임시 서울시민의 휴식공간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장엄하고 빼어난 관악산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는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1997년 11월 29일 인공호수를 조성했다. 과거 수영장이었다가 폐쇄되었던 곳을 호수공원으로 새롭게 조성한 것이다.
특히 이곳 호수공원 입구에는 관악산 줄기인 해발 320m의 호암산 정상 부근에 위치한 ‘한우물터’ 인근에서 확인된 석구상을 시민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대로 재현하여 건립하였다.
석구상의 유래에 대한 기록은 조선시대「경기읍지(京畿邑誌)」의 「시흥읍지(始興邑誌)」에 있다. ‘호암(虎巖)’이라는 바위가 현의 진산인 금지산(금주산, 지금의 호암산)에 있는데, 그 모양이 웅크리고 있는 호랑이를 닮아서 한양으로 도읍을 삼을 때 이 호랑이의 기운을 누르기 위해 바위의 북쪽에 돌로 만든 사자를 묻고 남쪽에는 돌로 만든 개를 묻었다고 전한다. 과거에 해태상이라 부르기도 했으나 그 형태가 개에 가깝다고 하여 석구상이라고 부른다. 석구상의 크기는 길이 1.7m, 폭 0.9m, 높이 1.0,m 가량으로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발과 꼬리 부분도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
또한, 관악산은 예로부터 서울 남쪽에 자리잡고 있는 화산(火山)으로 알려져 왔다. 관악산 줄기인 삼성산의 서쪽으로 뻗은 산마루에 길이 22m, 폭 12m 되는 사시사철 변함없이 물이 고여 있는 큰 우물이 있으니 속칭 ‘한우물’, ‘용보’라고 한다.
한우물 동북쪽 100m 떨어진 돌성벽 안쪽에 돌로 조각한 해태상이 있는데, 그 조각솜씨가 고졸하여 매우 귀여운 모양새인데 북쪽을 향해 앉아 있다. 1990년 제1우물지(한우물) 발굴조사 당시 조선시대 건축물에서 석구지(石狗池)라는 글자가 새겨진 석재가 확인되었다.
방화신인 해태(석구상)를 우물 곁에 세운 것도 한우물과 함께 방화를 상징한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처럼 석구상은 조선 창건부터 경복궁의 해태와 시대를 함께 한다고 볼 수 있으며, 우리 민족의 해학을 보여주는 관악산 명물 중의 하나로 관악산을 찾는 시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면서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관악문화원장 진진형
재창간 38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