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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
기사입력  2008/09/30 [00:00] 최종편집   

(교육칼럼)
토끼와 거북

1950~60년대에 학교를 다닌 사람은 ‘토끼와 거북’ 이야기를 새나라의 어린이 다음으로 많이 들었다. 재주가 많고 능력은 있으나 게으른 사람보다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더 빨리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면서 게으름부리지 말고 꾸준히 노력하라는 교훈적인 ‘토끼와 거북‘의 이야기는 지금도 일부는(?) 옳다. 학습지속력이 크면 학습의 정도가 높아진다는 고전적 학습 모형인 캐롤(Carroll) 모형에 잘 맞는 이야기다.

그러나 1970년대의 학생들은 토끼와 거북의 달리기 경주에서 토끼가 백전백승한다고 했다. 목표가 뚜렷한 데, 발 빠른 토끼가 거북이와의 달리기 시합에서 지는 일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1975년 고교 평준화 1기가 고2였던 때에 숙식하면서 2박3일간 반별 교내 수련을 한 적이 있었다. 둘째 날 밤에는 수련 첫날 조별 과제로 부과된 연극 발표회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 흥부와 놀부전, 신춘향전이 지금도 기억에 새롭다. 흥부보다는 놀부 같아야 한다는 거였고, 변 사또는 옳았으나 능력이 좀 모자랐다는 거였다. 당시 시대 상황이란 또 다른 변수가 있기는 했지만 놀라울만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조선시대 사또와 기생들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음식집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으니 비록 상업적이긴 해도 세상은 상식을 앞질러 변해간다.

1990년대에는 토끼와 거북의 경주는 설정이 잘 못 된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왜 경기를 육지에서 하는가? 물에서 경기를 하면 당연히 거북이가 이긴다. 더구나 토끼는 귀에 물이 들어가면 죽는다. 그러니 물도 잔잔한 곳이어야만 한다. 만일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라면 토끼와 거북의 경기는 성립 자체가 안된다. 따라서 경기를 하려면 장소 선정의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육지에서 경기를 하는 경우도 장소는 중요하다. 산 위에 내려오기로 할 것인가 아니면 올라가기로 할 것인가 호수를 지나서 목표 지점이 있게 하고 헤엄쳐도 되고 돌아서 뛰어도 되는 것으로 할 것인가 등 경기장 선정에서 정할 것이 많다.

경사로에서는 굴러도 된다면 거북이는 아주 유리하고, 물이 있다면 당연히 거북이가 유리하다. 요컨대 경기장 선정과 코스 정하기, 경기 방법 등 이 경기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험난할 정도로 어려운 과제가 있다. 단순하게 원래의 교훈적인 이야기대로 1990년대 학생들은 받아드리기가 어렵다. 아마 2000년대 학생들은 더욱 그럴 것이다.

이제는 학교 교육도 옛날의 ‘토끼와 거북’ 같은 이야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토끼와 거북’의 이야기는 1950~60년대와 같은 경우도 있고, 1970년대 1990년대 학생들이 말하던 것과 같은 경우도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경우의 수가 많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다양한 답을 정답으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말하자면 학생들이 더 많은 개성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학생들은 스스로 개성을 발휘하고 숨어있는 자신의 재능을 꺼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인간이 살아 가야하는데 지켜야 할 도리는 지켜지도록 교육하여야 한다. 전자가 창의력 교육이라고 한다면 후자는 인성교육이라고 할 것이다.

‘토끼와 거북’ 이야기의 다양한 전개와 이에 따른 독창성, 유창성 등이 창의력과 관계된다면 토끼와 거북이의 달리기 시합에서 지켜야할 규칙, 판정의 공정성, 결과의 겸허한 수용 등은 인성에 더 관계가 될 것이다. 그리고 창의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창의력교육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인성을 갖도록 하는 인성교육은 21세기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어가 되어야 한다.

이규석/ 전 서울고 교장
재창간 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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