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관들이 정치인으로 가는 것은 위험하다
대한민국의 헌법 107조에는 위헌법률심판제청권과 위헌명령, 규칙, 처분심사권이 보장되어 있다. 즉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법원은 헌법재판소에 제청하여 그 심판에 의하여 재판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갖도록 했다. 이만하면 세계 어느 나라의 법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도록 촘촘한 그물망을 갖추고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판결의 주체가 사람이라는 점이 한계이다. 한때 독일의 히틀러 시절에는 ‘건전한 국민감정’이라는 법 개념을 통해 법치가 무참하게 파괴됐던 사례가 있다. 그래서 독일 헌법에서는, 법관이 양심이라는 쪽문을 통해 자신의 오염된 온갖 가치관을 근거로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단단하게 규제한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재판을 앞두고 ‘법관이 국민정서를 무시한다’ ‘법도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 등의 말들이 난무한다. 그러나 국민정서라는 표현 속의 국민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 그래서 각 진영은 보다 많은 사람을 광장으로 끌어내고, 그 숫자를 통해 ‘이것이 국민의 정서다.’라고 외치면서 판사들을 압박한다.
이런 현상은 매우 건강하지 못한 사회라는 것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래서 ‘법관으로서의 양심’과 법관의 개인적 양심의 자유가 충돌할 경우, ‘법관으로서의 양심’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만약, 법관들이 정치인이 되었다면, 십중팔구 그들은 법관으로서의 양심보다는 개인의 양심을 근거로 재판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이것은 국민과 국가가 부여한 권한과 책임을 방기한 것이며, 그가 판결한 과거 모든 재판의 공정성이 빛을 잃게 할 수 있다. 가끔은 법관 출신으로 현재 정치를 하시는 분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과거 그들이 어떤 가치관으로 판결을 했을까 생각하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그래서 법관이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것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건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