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
2020년은 더 밝고 행복한 기억만 간직할 수 있기를
1970년대 후반 암울했던 시절에 즐겨 들었던 노래 중에, 김민기 작사 작곡의 ‘작은 연못’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양희은씨가 부르면서, 그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가사의 내용을 맛깔스럽게 전달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 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여린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 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이 노래가 들려진지 40여년의 세월이 지났는데 지금의 우리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깊은 산속의 작은 연못 같은 작은 나라에서 두 편으로 갈라져서 싸우다가 한 쪽이 죽으면, 다른 쪽이 행복해 지는 것이 아니라 그도 죽게 된다는 예언적 메시지가 담겨있다.
놀랍게도 지난 12월 15일 <교수신문>은 전국의 대학교수 10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47명(33%)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꼽았다. 불교경전에 따르면, 머리가 둘 달린 이 새의 머리 하나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머리 하나가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이에 질투심을 느낀 다른 머리가 화가 나서 어느 날 독이 든 열매를 일부러 먹어버렸다.
그래서 ‘운명공동체’인 두 머리는 결국 모두 죽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시대는 달랐지만 국민의 화합을 기대하는 마음은 일치하는 것 같다. 한때는 금지곡이었던 ‘작은 연못’을 함께 부르면서, 국민들이 서로 대립하는 대신 어깨를 나란히 하고 축구를 응원하듯 정치인들을 응원하는 2020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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