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저널

칼럼   특별연재(지구온난화)   환경   선거일기   의학칼럼   기고   음악칼럼   산행기행   영화칼럼   유종필의관악소리   교육특별연재   신년사
호별보기 로그인 회원가입
컬럼
칼럼
특별연재(지구온난화)
환경
선거일기
의학칼럼
기고
음악칼럼
산행기행
영화칼럼
유종필의관악소리
교육특별연재
신년사
개인정보취급방침
회사소개
광고/제휴 안내
기사제보
컬럼 > 컬럼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국민 보편적 정서와 황장엽의 노추
기사입력  2006/11/27 [00:00] 최종편집   

국민 보편적 정서와 황장엽의 노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적군의 장수가 목숨을 바쳐 충성을 맹세한 자기 군주를 배신하고 상대국으로 넘어가 모든 정보를 팔아넘긴 다음, 걸핏하면 옛 군주를 욕하면서 돌아다니는 일을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한국의 전직 국정원장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자진 월북해 노동당에 충성을 맹세하고 남한의 체제를 비난하고 돌아다닌다고 가정해 보아도 그렇거니와, 그 반대인 경우도 사정이 비슷하기는 마찬가지다.

심지어 양 국가의 운명이 달린 매우 중대한 정보제공으로 인해 상대국을 패망시키는 일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자기 나라를 배신해 패망하게 만든 당사자가 스스로 영웅대접을 해달라며 나대는 일도 그저 고운 시선으로만 보기 매우 어려운 일이니, 이러한 현상은 인류의 양심이 지닌 보편적 정서에 그 근원이 있다.

지난 1978년 북한으로 들어가 8년 동안 영화제작 활동을 하다가 월남한 신상옥씨 부부도 온갖 납치설과 탈출설에도 불구하고 남한으로 돌아와 받았던 대접과 평가가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석연찮은 시선을 넘기 어려웠던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일반 국민의 보편적 정서에 있었다.

시대에 뒤진 황장엽의 착각

지난 6일 북한의 전 노동당 비서 황장엽(73)씨가 국회에서 열린 한나라당 중앙당 당직자들의 모임인 영민포럼의 창립 특강에 연사로 나와 대북 강경책을 주장하며 포용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남한의 친북 반미 세력을 싸잡아 비난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한나라당 의원 10여명과 포럼회원 100여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북한의 김정일과 공조하는 정책이 바로 햇볕정책이라고 지적한 뒤, 안전 불감증을 만들어 놓고 뻔뻔하게 자기의 햇볕정책이 옳았던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이 역사상 최대의 사기꾼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는 소리도 함께 말이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이미 알려진 대로 1949년 모스크바종합대학에서 정통 마르크스-레닌주의 철학을 공부하다 1954년 입국해 김일성종합대학 교수를 거쳐 노동당 핵심간부로 발탁되었다. 그 후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을 거쳐 김일성 유일사상체계 확립에 관여하였으며 김정일 위원장을 후원하던 인물이다. 그 이후 당 중앙위원과 당 비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사회과학자협회 위원장 등을 지내다가 북경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망명을 신청해 1997년 4월 서울에 도착했으나 그의 망명날짜가 김영삼 정부에 의해 이회창 후보에게 유리한 시기로 조정된 일부 정치공작으로 밝혀지면서 많은 논란을 빚었고, 황장엽의 존재는 그가 가지고 있던 정보 보따리의 빈약성과 함께 불과 며칠 지나지도 않아 국민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그랬던 그가 잊을만하면 한 번씩 보수단체들의 강연에 연사로 등장해 북한은 지금 전쟁을 준비하고 있으니 남한도 어서 군비를 확장해야 하며, 김정일만 제거하면 통일은 저절로 된다는 황당한 논리를 10년 가까이 일관되게 외치는 그 식상한 주장에 동조의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북한이 전쟁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겠으니 미국으로 보내달라고 떼를 써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는 그가 한 때 북한의 최고 지식인이었다는 사실을 의심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일이다.

망명의 정당성을 입증하려면

그러나 일부의 여전한 시각처럼 그가 북한 권력층의 헤게모니투쟁에서 밀려나 숙청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남행을 택한 것이 아닌 진정으로 남북한의 평화통일이라는 대의를 위해 망명을 택했다면, 지금처럼 강경한 태도로 보수 세력들을 부추겨 북한을 옥죄고 막다른 곳으로 몰아넣어 그들로 하여금 남한을 민족 최대의 원수로 여겨 민족 전체가 불행해지는 최악의 선택을 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역사적 통찰력과 깊은 인내를 가지고 그들의 어려운 현실을 인도적으로 지원하고 안심시키는 것은 물론, 세계화에 부응하는 개혁과 개방만이 인민을 살리는 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도록 돕는 일이야말로 자신이 남행을 결심한 목적과 당위성을 입증하는 가장 현명하고도 유일한 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효기간이 까마득히 지난 석기시대의 정보에 근거해 지속적으로 민족을 이간질시키고 통일을 더욱 멀어지게 만드는 황장엽의 노추는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자신을 한없이 초라해지도록 만들고 있다. 더구나 황장엽은 그가 지닌 정치적 사고를 스스로 전환하기 어려울뿐더러, 상황이 바뀐다 해도 이를 인정하려 들기 어려운 인물이므로 황장엽으로 인해 얻을 것은커녕 오히려 잃는 것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김정일만 제거되면 북한이 핵무기 천 개를 보유하더라도 아무 상관없다는 해괴한 주장에 동조하는 한나라당이나 보수언론, 이름도 모호한 자칭 애국단체들의 보호막에 숨어 포용정책을 비난하고 자신이 태어나 자라고 가족 친지들이 모두 남아있는 북한 폭격을 주장해 남북한 천만이 넘는 희생자와 1천500억 달러의 전쟁비용, 1조3천억 달러의 경제비용과 더불어 20년 이상의 국가경쟁력 후퇴가 발생하는 참상을 고대할 것이 아니라, 한때 주체사상을 설파했던 그 배신의 입을 다물고 얼마 남지도 않은 말년을 바둑이나 두면서 조용히 지내는 것이야말로 진정 민족을 위하는 것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최기만/객원논설위원
2006년 재창간 34호



ⓒ 관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트위터 미투데이 미투데이 페이스북 페이스북 요즘 요즘 공감 공감 카카오톡 카카오톡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주간베스트 TOP10
  개인정보취급방침회사소개 광고/제휴 안내기사제보보도자료기사검색
서울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144길 35 대표전화 : 02-889-4404ㅣ 팩스 : 02-889-5614
Copyright ⓒ 2013 관악저널.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linuxwave.net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