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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도록 아름다운 노래, ‘실리에 비게’
기사입력  2007/08/28 [00:00] 최종편집   


■ 음악세상
슬프도록 아름다운 노래, ‘실리에 비게’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있는 나라 노르웨이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개 북구의 만년설이나 폭포, 눈이 시리도록 청명한 하늘과 백야나 오로라, 또 북대서양의 드넓은 바다를 주름잡던 용맹한 바이킹의 후예나 동계 올림픽 등일 것이다. 인구 450만에 남한의 4배정도인 노르웨이의 국민음악이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역시 에르바르드 하게럽 그리이그(1843~1907)에 의해서이다. 그의 대표적인 페르귄트 조곡과 함께 여러 피아노 곡이나 가곡 등에는 그 나라의 민족적 선율과 리듬이 많이 쓰이고 있으니, 그것이 바로 트레디셔널 포크로 불리는 음악형식이다.

북유럽에 있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대개 그렇듯 이 나라의 정치, 경제적 상황도 매우 평온한 편이어서 국제사회의 이슈로 떠오르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매우 조용한 나라중의 하나다. 팝 매니아들 있어 노르웨이의 대중음악이라는 것도 인접국가인 스페인(훌리오 이글레시아스)이나 스웨덴(아바), 핀랜드(스트라토베리우스)의 음악과는 달리 예전엔 접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실정이지만, 노르웨이의 전형적인 트래드 포크음악이 일반인들에게 친숙해진 것은 몇 년 전에 TV 드라마 ‘방울이’를 통해서였다.

애잔한 첼로 전주곡과 함께 가느다란 목소리로 “비빌비떠 바디효 메 보어스커 걸~” 하고 불러주던 실리에 비게(Silje Vige/ 31)의 노래 Vi vil vite(알고싶어요)가 널리 알려진 이후 Eros Eros나 Versog으로 인기를 얻은 앤 베이다의 고혹적인 목소리도 귀에 익숙하게 되었지만, 당시에 이 노래가 드라마 방울이의 배경음악으로 자주 소개되자 방송국에 그 노래의 제목을 알아보려는 사람들로 매일 수십 통이 넘는 문의전화가 걸려오거나 FM방송에 신청음악이 쇄도했다니 방송을 통하지 않으면 쉽게 뜨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자면 상업방송의 힘이라는 것이 그토록 대단하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길고 검은 머리칼에 포도송이처럼 총명하고도 큰 눈동자를 가진 실리에 비게가 유럽의 음악계에 처음으로 명함을 내민 것은 지난 93년 17세의 나이로 유러비젼 송 콘테스트에서 Alle Mine Tankar으로 5위 입상을 한 때부터이다. 비록 골든 트라이앵글 안에 들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매니저이자 작곡가인 아버지 비외른 비게의 작품인 이 노래는 매우 서정적인 곡과 가사로 인해 당시 유럽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고 같은 해 노르웨이의 인터넷 사이트 ‘팬 뮤직가이드’는 자국인에게는 처음으로 이 노래를 93년의 싱글’로 선정하기도 했다.

사실 실리에 비게의 노래는 무엇보다도 가늘고도 애절하게 들리는 보이스 톤과 깊은 겨울나라의 신비감 속에 감추어진 듯한 청명함에 그 매력이 있다. 그녀의 노래 16트랙이 든 데뷔앨범 Alle Mine Tankar는 아마도 노르웨이 음반으로는 최초로 우리나라에 공식 수입된 것이겠지만, 이 앨범의 수록된 전곡은 그녀의 아버지 비외른 비게가 직접 만든 작품이다. 고풍스러운 실내악적 배경음악과 카롤리네 크뤼거 - 그는 소피 마르소가 주연한 동명의 영화 주제곡 You Call It Love의 작곡자로 더 유명하다- 가 연주하는 맑고 아련한 피아노 음색과 애잔한 코러스는 구슬프고도 청명한 북구의 신비감을 한층 더해주고 있다.

“내 사랑하는 그대여, 내 슬픈 생각 모두를 당신과 함께 나눌 수 없음을 부디 용서해 주기를, 모두가 외로운 존재, 외로운 항해자인걸, 우리는 서로를 원하고 있다 해도 나는 저 멀리 항해를 떠나며 또한 그대는 내 침실에서 떡을 나누고 또한 종국에는 나의 무덤 앞에서 흐느끼게 되리. 나의 정원 같던 그대, 저 태양이 지기 전에 내 입술에 입맞춰 주오. 하늘로 떠나가는 나를 용서해 주고 매일의 양식으로 부디 나의 슬픔을 달래주오.”

Adle e aleina에서 애절하게 호소하는 이 노래는 사랑의 슬픔을 간직한 많은 북유럽인들의 가슴을 눈물로 적셔 주었고, 한 때 밤늦은 선술집에는 술에 취해 이 노래를 들려 달라는 과거를 잊지 못하는 취객들이 갑자기 많아졌을 정도였다.

과거의 시간으로부터 너무 멀리 떠나와 돌아가지 못하는 슬픔에 젖은 듯한 비외른 비게의 For Meg Tebage의 처연함은 때때로 과거로의 회귀(回歸)를 갈망하는 인심의 비애를 너무도 비극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작곡가라기보다 차라리 음유시인에 더 가깝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Alle Mine Tankar 앨범은 실리에 비게의 처녀작이자 동시에 고별앨범이기도 하다. 앨범이 발매된 당시, 그녀는 자신의 꿈이 가수가 아닌 문학가이며, 오히려 문학가로서의 더 큰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가수로 다시 활동하게 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다는 뜻을 밝힌 이후,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새로운 음반이 발매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들 부녀사이에서 발견한 음악에 대한 끼와, 이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한 상업성의 여부와 관계없이 언젠가는 다시 새로운 앨범을 시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믿음을 아주 버리지는 않고 있다. 사람들에게 있어 그 끼에 대한 미련이 얼마나 집요하고도 숙명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그들이 아주 모르고 산다면 또 몰라도 말이다.

2007년 8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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