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청년세상보기
아프간 납치사건 근본 원인은 침략전쟁에 대한 한국군 파병
지난 7월 21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탈레반이라는 단체에 납치되는 일이 벌어졌다. 탈레반은 24시간 내에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군을 철수하지 않으면 이들을 모두 살해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리고 결국 한국인 1명이 살해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글이 실리는 순간에는 또 어떠한 사태가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하루빨리 피랍 한국인 모두가 안전하게 석방되기를 바란다.
온 나라가 이 사건으로 충격에 빠져 있는데 그런 만큼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이와 관련한 보도와 글들이 수도 없이 올라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기독교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외교부가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다국적군과 탈레반 저항 세력 사이에 전쟁이 한창인 아프가니스탄 같은 사지, 게다가 이슬람 국가에, 기독교인들이 봉사를 하러 간 데 대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그간 개신교 교회들이 보여준 현지의 역사, 문화와 종교를 존중하지 않는 공격적인 해외선교 행태를 봤을 때 이런 비난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번 납치 사건의 원인은 기독교의 해외선교가 아니라 미국의 아프간 점령과 우리 군의 파병이라는 것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2001년 미국은 아프간을 침공했다. 그 직후부터 한국 정부는 이 침략 전쟁에 동조해서 우리군을 파병했다. 동의부대, 다산부대가 이곳에서 인도주의 활동을 펼쳤다지만 한국과 한국군은 아프간에 있어 ‘침략자’ 내지는 ‘침략동조자’일 뿐이다. 아프간에 파병된 한국군은 점령군을 위해 의료 지원과 공병 지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직접적인 전투를 벌이지는 않아도 한국군은 항상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올해 2월에는 바그람 기지 폭탄 공격으로 윤장호 하사가 사망하기도 했다.
미국의 점령은 아프간을 심각한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이미 전쟁으로 1만여 명이 사망했고 650만 명이 굶주리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며 아프간에 들어온 미국은 아프간에 아무것도 해줄 수 없고 해줄 의향도 없어 보인다.
노무현 정부는 지난해 말 아프간 파병 부대를 올 해까지 철군하기로 약속했지만, 최근에는 점령지원 의사를 계속 밝히는 등 말 바꾸기를 해오고 있다. 미국 측은 아프간 ‘지역재건팀’ 참가 등을 통한 점령지원을 요청했고, 김장수 국방부장관은 "아프간의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며 지역재건팀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점령을 계속 지원할 뜻을 밝혔다. 피랍사건이 벌어졌지만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긴급대책팀에서는, 즉각 철군에 관해 한마디도 말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우리 군을 아프간에서 철수시켜야 한다. 그래야 납치된 한국인들의 목숨을 구하고 파병된 우리 군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정당성도 없는 전쟁을 지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은 물론이고 현실적으로 해외에 있는 한국인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일이다. 2004년 김선일 씨의 비극이 재현되지 않도록 노무현 정부는 책임지고 아프간에서 우리 군을 철수시켜야 한다.
관악청년회 사회학술분과
2007년 7월 27일자 재창간 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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