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강한 시민들의 정치 참여는 바람직하다
‘자신의 권리 위에서 잠자는 자는 보호받을 수 없다.’라는 독일의 법학자 루돌프 본 예링의 말이 새삼 다가오는 시기이다. 이 말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를 주장하지도 않고, 지키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그 권리가 침해당할 수 있다’는 말이다.
촛불혁명으로 현직 대통령을 파면시키는 강력한 시민의 힘이 작동되는 나라라고 하지만, 정작 가장 가까운 지역 사회에서의 민주화는 요원한 수준이다.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회피했던 것이 ‘정치 참여’라는 짐이었다. 그러나 맘먹고 나서니까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여 전 세계를 놀라게 하는 일도 해내는 국민이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국민이 깨어 있고 참여하기만 하면, 어떤 파렴치한 정치인도 부패할 수 없다.
눈 똑바로 뜨고 검증한다면, 파면시켜야 할 대상이 대통령뿐이었겠는가? 과연 대한민국의 구의원, 시의원, 구청장, 시장, 국회의원들 중에 탄핵의 대상이 되어야 할 분들이 없었을까? 그러나 탄핵보다 더 지혜로운 것은 ‘현명한 선택과 투표’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지방선거에서는 ‘번호만 보고 줄 투표했다’는 주민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이런 부끄러운 과거를 청산해야 할 책임이 우리들에게 있는 것이다. 그리고 ‘기호 몇 번을 찍어야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사라져야 할 것이다. 후보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과 공약, 자질 그리고 도덕성에 꼼꼼하게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는 일이야 말로 국격을 높이는 길이다. 혼자 하기에 벅찬 분들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후보 검증 토론회가 여러 차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한 선거구에서 2-3명이 선출되는 구의원 선거의 경우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유력 정당의 후보라고 해도, 지역주민들의 정서에 반하는 후보를 낸다면 낙선할 수 있어야, 주민들이 주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투표라는 신성하고 귀중한 권리 위에 잠자는 주민이 될 수 없다. 앞으로 90여 일 동안은 삼삼오오 모일 때마다 “우리 지역의 후보가 누군가?” “그는 어떤 사람인가?” 서로 토론하고 정보를 교환하는 이것이 세상을 바꾸어 줄 것이다. “저 후보가 바로 우리의 대표다”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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