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 선거에서 토론의 힘
2008년 백전노장의 매케인 후보를 가볍게 제치고,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도 아니었는데 가슴이 두근거리고 흥분되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잊혀 지지 않는 장면들 중에 그의 명연설과 토론을 빼놓을 수 없다. 매케인과의 3차례 토론에서 전승을 거두면서 CNN방송의 여론 조사에서 ‘누가 토론의 승자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70%의 지지를 얻어서 22%에 그친 상대후보를 압도했었다. 그의 당선을 돕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토론은 단연 그를 돋보이게 했다.
이번 5월 9일 대통령선거 토론 과정에서도, 후보들의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인가?’를 결정한 유권자들이 많았다. 여섯 차례에 걸친 TV토론이 끝날 때마다 각 언론사에서는 나름대로 토론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 그리고 토론회 후에 여론 조사결과를 보면, 지지율이 오르내리는 정도를 분명하게 보여 주었다. TV토론을 통해 후보자들은 유권자들에게 공약을 자세히 전달하고,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로 여론조사는 부동층들이 의외로 이성적이며, 냉정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듣기에 따라서는 의사결정이 불분명한 집단으로 평가 절하될 수도 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즉, 후보들의 공약과 자질을 끝까지 철저하게 따져본 후에 선택하는 성향을 보였다는 점이다. 실제로 어떤 후보는 토론 후에 지지율이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대선토론은 골수지지자가 아닌 이상, 시간이 갈수록 유권자들의 투표 성향을 객관적, 이성적으로 바꾸는데 일익을 감당했다. 이러한 추세가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적용되어, 합리적이며 냉철한 주권행사가 일상화되는 나라가 되기를 기대한다.
특히, 각 정당은 예비후보 때부터 치열한 토론을 통해 자질과 품격을 검증한 후에 공천하는 시스템으로 개혁해 주기를 바란다. 이것이 국민을 향해 정당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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