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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청년세상보기-허세욱 열사 1주기 추모 글
기사입력  2008/04/28 [00:00] 최종편집   

허세욱, 그의 목소리가 그립습니다

허세욱 열사를 처음 만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신 아직까지 강하게 뇌리에 남아있는 기억은 그가 밤 11시에 소주에 간단한 안주를 사들고 청년회 문을 두드린 기억이다.

그이의 사업장이던 한독운수와 관악청년회 사무실은 길 하나를 마주하고 있었다. 교대시간에 귀가하다 불 켜진 청년회 사무실을 들른 것이다.

그 때 사무실에 그이를 잘 아는 사람이 없어서 소주만 전달하고 귀가하신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그 후 많은 투쟁과 일상 속에서 소주한잔 하자고 권하지 않았던 나의 모습이 그렇게 한스러운 것은 소주를 내려놓고 가시던 그날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분신하시기 이틀 전, 한미FTA저지 총궐기 투쟁.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경복궁역 앞에서 청년회 회원들에게 손수 구입하신 우비를 건네던 모습. 오늘은 뒤풀이 같이하자고 권했을 때 농성장에 볼일이 있다고 광화문 열린공원으로 총총히 걸어가시던 그 마지막 모습이 못내 아쉽다. 그 모습이 그이를 본 마지막 모습이다.

청년회에서는 그이를 세욱이 형님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나는 그를 한독운수 통일부장님이라고 호칭했다.

2005년 615공동선언 이행을 위해 남북해외가 모여서 현 ‘615공동선언실천 공동위원회’를 결성할 때, 관악지역에서도 지역 위원회(현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관악본부’)를 꾸렸다. 상시적으로 운영위 체계를 꾸릴 지 집행위 체계를 꾸릴 지에 대해 대표자회의에서 논의하고 집행위 체계를 꾸리기로 했다.

615관악본부 집행위원장으로서, 당시 한독운수에 찾아가서 집행위원을 내어 주십시오 라고 노조 위원장님께 요청했을 때, 위원장님은 흔쾌히 그이를 추천했다. 간부직을 맡은 만큼 직함을 정하자고 했을 때, 그이는 ‘한독운수 통일부장’이 어떠냐고 제안했고, 그렇게 결정되었다.

자신이 정말 사랑하고 오히려 존경하는 듯 느껴졌던 노조에서 역할을 맡은 후 그이는 정말 열심히 활동했다. 사실 택시 운전하면서 회의에 참석하기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이는 언제나 제시간에 맞춰서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 내용을 잘 갈무리해서 한독운수에 전달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잠을 아껴야 했고, 비운 시간을 메우기 위해 더 열심히 액셀을 밟아야 했으리라.

여름에 진행하는 관악통일문화제라도 할라치면, 그이는 열성으로 대회를 준비했다. 행사 포스터를 새벽에 혼자 붙이기도 하고, 플랜카드 위치가 한곳에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없다며, 혼자서 옮겨 붙이기도 하셨다.

그렇게 한독운수 통일부장으로 그이는 평택에서 국방부 앞에서 미대사관 앞에서 어디에서든 자신의 역할을 찾아다니신 분이셨다.

돌아가신지 벌써 1년의 시간이 흘렀다. 혹시나 잊혀 질까 지우지 못해 아직 내 전화기에 남아있는 그이의 전화번호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열사의 삶과 목소리가 기억되기 바란다. 문득, 망각의 달콤함에 유혹되지 않을 수 있도록 그의 진실한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

“세욱이 형님, 오늘 1년 만에 찾아간 모란공원에는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더군요. 형님을 기억하는 관악의 사회단체 사람들이 도착하니 흐린 날씨가 개이고 햇살이 내리 쬐이는 게 형님이 반기시는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이승에서 못한 술 한잔 따라 드리니 닿을 수 없는 곳이지만, 우리의 마음에 영원히 함께 해주세요. 편히 잠드시기 바랍니다”

이성찬/ 관악청년회 전 회장

2008.4.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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