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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효과의 아이콘 – ‘킬링곡선’
(특별연재) 지구온난화 Global Warming(1)
기사입력  2014/02/24 [16:46] 최종편집   


연재를 시작하며
 
폭주의 끝은 어디일까. 우리는 적절한 시점에 멈추어 설 수 있을까. 아니면, 마지막 남은 나무 한그루를 마져 베어 쓰고 붕괴해 버린 이스터 문명과 같은 길을 갈까. 과학자들은 이미 오래전에 지구온난화의 원인과 그 영향에 대하여 답을 모두 하였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화석연료를 연소함으로써 대기 중으로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방출하였고, 온실효과에 의하여 지구의 기온이 섭씨 0.8도 상승하였으며, 만일에 산업화 이전과 비교하여 섭씨 2도가 상승한다면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급격한 기후변화가 초래될 것이다. 우리는 과학자들의 심각한 경고를 무시하고 폭주를 계속하고 있다.
 
나는, 우리가 지금처럼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내가 살아 있을 때 이 문명의 파국을 보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나는 대체적으로 낙관론자인데,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 나는 이 연재를 통하여 기후변화의 과학적 근거, 영향, 대책 등에 관한 과학자들의 연구를 소개하고, 필요한 곳에서 나의 견해나 감상도 밝힐 것이다.
 
문제를 해결할 주체는 정치인들이 아니라 나와 같은 일반 시민들인 것 같다. 이 연재가 일반 시민들의 토론 소재가 된다면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보람된 일일 것이다.
-이치선 변호사-

 


(특별연재) 지구온난화 Global Warming(1)
온실효과의 아이콘 – ‘킬링곡선(Keeling curve)
 

▲ [그림 1] 킬링곡선. 마우나로아 관측소의 반세기 간 측정결과.
   


디자이너가 인위적으로 그려 넣은 것이 아닐까. 기후변화 주창자들이 홍보의 목적으로 고안해 낸 곡선이 아닐까. 내가 저 곡선을 보고 받은 첫 인상이다. 그림1 그래프는 마치 톱니처럼 주기적으로 위 아래로 진동하면서 오른쪽 위를 향해 뻗어간다. 이른바 ‘킬링곡선’(Keeling curve)이라고 불리는 위 그래프는 온실효과의 아이콘이다. 
 
스크립스 해양연구소의 책임자 르벨(Roger Revelle)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증가하고 있다면 그 스냅샷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고, 그 작업을 수행할 적임자로 킬링을 스카웃하였다. 챨스 킬링(Charles David Keeling: 1928–2005)은 1958년부터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측정하기 시작하여 2005년 사망할 때까지 고집스럽게 측정을 지속했다.


측정 장소는 하와이 마우나로아 해발 4,000m 정상, 대기의 흐름이 안정적이고 공해의 영향이 적은 곳, 지구 대기의 평균적인 상태를 잘 나타내 줄 수 있는 곳이다. 킬링의 동료 커넬의 말과 같이 “킬링의 측정은 20세기에 얻은 환경에 관한 데이터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킬링곡선은 20세기 물리학에서 E=mc2 , 생명과학에서 이중나선과 같이 과학의 한 분야를 상징하는 반열에 올랐고, 화석연료 연소로 인해 야기된 전 지구적 기후변화의 심볼로 인식되고 있다.

그림1 그래프를 읽어보자. 가로축에는 1960년부터 2010년까지의 연도가 표시되어 있고, 세로축에는 대기 중 CO2의 농도가 ppm단위로 표시되어 있다. ppm이란 ‘Parts per million’의 약자로서, 예를 들어 320ppm이란 공기분자 100만개 당 이산화탄소 분자가 320개 포함되어 있다는 뜻이다. 킬링이 측정을 개시할 무렵에는 313ppm이었고, 매년 0.7ppm의 비율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었는데, 2010년 무렵에는 390ppm 가량이고, 증가비율은 연간 2.1ppm이다. 즉, 위 그래프를 보건대, 대기 중  CO2의 농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명백하다. 
 

▲  [그림 2]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연간 변화. 마우나로아 관측소의 측정결과.


한편, 곡선이 1년을 주기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진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식물의 광합성 때문이다. 킬링 곡선의 일부를 떼어서 확대해 보면 그림2와 같다.

위 그림2 중 하단의 1959년 그래프를 보자. 5월에 최대값, 9월말에 최솟값이다. 북반구 온대지역에서는 식물이 잎을 피우기 직전인 5월에 대기 중 CO2 농도가 피크를 이루고, 식물의 성장이 끝나는 9월말에 최솟값에 도달하는 것이다. 킬링은 1959년 위 데이터를 보고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최초로 자연이 식물의 성장기인 여름에 공기로부터 CO2를 거두어들이고, 이어지는 겨울에 이를 다시 반환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2 킬링곡선을 보면 당연히 다음과 같은 의문이 이어진다. 하나는 CO2의 증가추세가 예외적인 것인가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라는 점이다. 이 의문에 대해서는 남극과 그린랜드의 빙하코어가 답을 주었다.

눈이 땅에 떨어진 직후에는 가볍고 폭신폭신하나, 그 위로 점점 눈이 쌓이게 되면 무게가 늘어나 단단해지고, 이어서 구멍이 숭숭 난 얼음이 형성된다. 그 위로 다시 수십 년, 수백 년간 눈이 쌓이게 되면 빙하가 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눈 속 깊이 있던 공기는 작은 공기방울 형태로 얼음 속에 포획된다. 그 기포 속의 공기는 포획될 당시의 대기 상태와 동일하므로, 실험실에서 얼음을 녹여서 CO2 및 다른 기체들의 함량을 측정하여 오래전의 대기 상태를 복원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고기후학자들은 빙하 속에 갇힌 공기를 ‘대기의 화석’이라고 부른다.
 

▲ [그림 3] 남극 빙하코어 측정으로부터 추출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와 기온.


남극 동쪽 빙상에 구 소련의 보스토크라는 이름의 기지가 있는데, 소련의 고기후학자들은 1984년 이곳에서 깊이 2200m의 빙하코어를 채취하였고, 이를 분석하여 16만년 간에 걸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복원하였다. 그 후에도 여러 나라가 남극과 그린랜드에서 빙하코어를 채취하였고, 현재는 80만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복원되어 있다. 그 결과가 그림3 그래프이다.

측정 결과에 의하면, 빙하기 동안 대기 중 CO2 농도는 200ppm이고, 간빙기 동안은 280ppm이다. 산업혁명 이전의 농도는 280ppm으로서 간빙기 동안의 농도와 같다. 위쪽 그래프 맨 우측 상단에 킬링 곡선을 붙여 놓았다. 거의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고, 2013년 5월 드디어 400ppm을 넘어섰다. 이러한 일은 80만년 동안 전례가 없었다.

대기 중 CO2 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자연적 과정은 밝혀진 바가 없다. IPCC는 2007년 제4차 보고서에 이르러서야 ‘기후변화가 인간의 활동에 의해 초래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확인하였다. 인류가 산업혁명 이후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를 연소함으로써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폭증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 진 것이다.
 
여기서 잠시 글을 마치기 전에, 다시 한 번 수치를 확인해 보자. 빙하기 때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200ppm, 산업혁명 이전에는 280ppm, 현재는 400ppm이다. 빙하기의 기온은 산업혁명 이전보다 약 5도 가량 낮았다. 그렇다면, 대기 중 CO2의 농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120ppm이 증가한 현재, 기온이 몇 도나 상승할 것인가?
 
이치선/ 서울대 물리학과 ・ 변호사
재창간 2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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