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로의 집의 ‘꿈꾸는 합창단’ 공연과 농아인협회 수화공연 보셨죠? 그 보다 더 감동적인 무대 본 적 있으세요? 그 분들 정신지체 장애 1급에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노래하고 춤추기까지 얼마나 눈물나는 연습을 했겠습니까? 세상의 귀로 듣고 눈으로 보면 형편없는 실력일지 몰라도 그건 그들의 삶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자 열정입니다” 관악구장애인협회 김재술 회장은 장애인들의 어두운 단면이 아니라 이제는 이와 같은 굳은 의지와 노력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민어린 시선 자체가 또 하나의 편견이 될 수 있다고. 동시에 장애인들 스스로가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활동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 회장이 관악구장애인협회를 이끌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90년도에 관악구 유일한 장애인협회였던 지체장애인협회라는 곳을 처음 찾았어요. 다리가 불편해 집에만 있다보니 친구도 없고 직업도 없었죠. 시간이 흐르면서 계속 이렇게 지내다가는 언젠가 정말 세상과 단절될 것 같은 두려운 마음이 생기더군요. 그래서 어려움도 나누고 소일거리도 찾을 겸 협회를 찾게 됐죠” 활달하고 적극적이 성격 덕분에 이후 꾸준히 활동하면서 체육부장, 사업부장 등 임원도 여러 번 맡았다고 한다. 문화생활로부터 소외된 장애인들의 척박한 삶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다. 그로부터 10년 뒤 2000년 6월에 관악구장애인연합회가 발족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관악구장애인연합회는 당시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던 5개의 단체가 모인 것으로, (사)서울기능장애인협회․(사)한국지체장애인협회․(사)한국신체장애인복지회․(사)한국장애인정보화협회․(사)한국교통장애인협회가 모여 만든 연합단체. 초대 이기원 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 2004년부터 김 회장이 장애인연합회를 이끌고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장애인문화센터를 개설해 장애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노래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를 가르쳐주는 컴퓨터교실이 운영 돼 60여명의 장애인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정보문화진흥회에서 전문 강사를 지원해주고 서울대 자원봉사자동호회 학생들이 수고해주는 덕분에 많은 장애인들이 삶의 활기를 되찾고 취업도 할 수 있었다고. 또한 장애인들도 문화생활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그는 영화 등의 영상물을 기회가 닿는 대로 확보해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 대여해 주기도 하고, 연극․뮤지컬․음악회 등의 공연정보와 함께 직접 가서 관람할 수 있도록 공연장 측에 미리 양해를 구해 장애인석을 따로 마련하도록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또 해마다 야외나들이, 문화탐방 등의 프로그램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고, 보건소와 협회가 연계한 독감예방주사접종도 2년째 실시 중이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장애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장애인 전용 체육시설이 있는 ‘장애인종합복지관’이에요. 장애인들은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해 운동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라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다고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체육시설을 이용할 수도 없어요. 아무래도 장애인들 행동이 굼뜨니까 눈치를 주거나 아예 피해버리거든요. 때문에 장애인종합복지관 건립은 반드시 이뤄져야 해요” 그 소망 앞엔 혐오시설이라 여겨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설 주민들을 설득하는 일과 구청의 허락이라는 높은 산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살아갈 장애인들을 생각하며 김 회장은 오늘도 부지런히 뛰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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