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4시간 어린이집의 등장’이 마치 맞벌이 부부의 보육문제를 해결해 주는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소개하는 신문을 보았다. 물론 최악의 경우, 이렇게 해서라도 맞벌이 부부의 어려움을 해소해주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부모와의 시간을 간절히 바라는 어린아이들의 꿈을 합법적으로 뺏어가는 빌미가 되어서는 안된다. 살을 비비고, 볼을 만져주는 등 스킨십과 사랑의 대화를 충분히 받지 못한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불안감을 갖게 되고, 이것은 곧 부정적 사고를 심어주고 성장하면서 일탈학생으로 나타날 확률이 많다 는 연구가 있다.
몇 달 전에 동작교육청에서 아침밥 먹기 운동을 펼친 적이 있다. 이 운동의 핵심은 아침을 먹지 못하는 아이들과 식당을 연계시키는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본질은 바쁜 가족들이 아침상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데 있다. 눈을 마주보면서 짧은 시간이지만, 하루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식사할 때 두뇌활동에 긍정적 영향은 물론 인성도 길러지는 것이다.
최근 고학력의 바쁜 부모를 둔 자녀들 중에 ADHD 학생이 나타나는 것도 이런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자신들의 발전과 성공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직장과 재교육에 투자하다 보면 자녀들은 우선순위에서 자연스럽게 밀려나게 된다.
‘24시간 어린이집’은 머리 좋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합법적으로 방기하기 위한 합작품이다. 미래의 꿈이며 희망이라고 하는 아이들을 이렇게 대접하면서, 과연 대한민국에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부모들이 저녁이면 집으로 퇴근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재창간 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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