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치과질환으로 병원을 찾아본 사람들은 드르륵거리는 드릴 소리와 신경을 건드릴 때마다 온 몸을 자극하는 고통 때문에 병이 있어도 치료받기를 꺼려한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상당부분 병이 진행되고 고통이 심해지면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는 게 보통이다.
그러다 보니 2-3회면 치료가 될 것을 이를 뽑아야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개인의 경우에는 이를 하나 빼는 것으로 마무리될 수 있지만, 구청이나 시청 혹은 국가인 경우 엄청난 대가를 지불할 수 도 있다.
재미있게도 우리 시대의 지성이라고 불리 우는 교수들이 발행하는 신문이 2008년을 함축하는 사자성어로 호질기의(護疾忌醫)를 선정했다. 이 말의 뜻은 ‘병이 있는데도 의사한테 치료받기를 꺼린다’는 뜻이다. 요즈음 우리 주변을 보면 여러 가지 면에서 공감이 가는 말이다. 우리말에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말이 있다. 적시성이 떨어질 때, 얼마나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병을 숨기면 속으로 파고들어 곪게 만드는 습성이 있다. 어떤 사람도 무흠하거나, 실수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심지어 병은 자랑해야 한다고 우리 조상들은 말했다. 나의 약점이나 결점을 드러내고, 치유법을 찾으려는 당당함과 자신감이 더욱 신뢰와 지지를 일구어 낼 수 있다.
아무리 목소리가 크고 힘이 있더라도 돌파리 의사에게 자신을 맡길 바보는 없다. 부디, 적대감을 내려놓고 진정 관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치료 받을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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