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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대기업은 사회환원에 인색하다
기사입력  2020/11/12 [17:15] 최종편집   

 

▲권영출 본지 회장


(권영출 칼럼)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사회환원에 인색하다

 

공교롭게 이번 단풍철에 국가가 운영하는 광릉 국립수목원화담숲을 토요일이 아닌 평일에 방문하면서 자연스럽게 두 곳을 비교하게 되었다. 특히 화담숲에는 LG그룹을 상징하는 구본무회장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회자되는 곳이다. 화담숲의 화담(和談)’은 그분의 아호라고 한다. 화담숲은 고인의 아호를 받은 LG그룹 산하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수목원이다.

 

아마 이런 구상은 구본무 회장에게서 나온 게 아닌가 추측한다. 그렇다면 그분이 수목원을 통해 돈을 벌 생각은 추호도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구 회장은 평소에도 자주 화담숲을 찾았고, 점퍼차림에 전지가위를 들고 정원을 가꾸고 있을 때면 관람객들이 정원사 가운데 한 사람으로 알았다고 한다. 이런 수목원에 대한 애정을 고려한다면, 한 줌의 재로 화담숲에 묻힌 그분이 현재의 화담숲 수목원의 운영 방식을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그곳을 찾았던 관람객의 한 사람으로 느낀 소감은 자연을 즐기고, 숲을 찾은 사람들이 따스한 대화를 정답게 나눌 수 있는 이상적인 장소와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그냥 시장터처럼 북적거리는 여늬 관광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입장료만해도 광릉 국립수목원과 비교해도 10배나 비쌌지만, 관람객의 숫자를 하루에 몇 명으로 규제하는 조치도 없었다. 그래서인지 직원들은 몰려드는 관람객을 안내하느라 분주했고, 무엇을 물어봐도 퉁명스럽고 짜증난 얼굴로 응대하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 그냥 잘 팔리는 물건을 사려고 왔으니, 우리 말에 잘 따르고 질서지키라는 분위기였고,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미 그곳은 몸과 마음이 편안히 쉬면서 정다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화담(和談)의 장소가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광릉 국립수목원은 분명하게 차이가 있었다. 수목원의 규모도 화담숲과 비교해도 무척 넓었지만, 평일에도 예약제로 관람 인원을 제한했다. 그래서 방문해 보면 우선 주차 공간에 대한 걱정이 적었고, 숲에 들어서면 맑은 공기와 쾌적한 분위기가 마치 개인 정원에 들어온 것처럼 느껴졌다. 넉넉한 공간에서 충분히 자연과 교감하며 진정한 휴식을 체험할 수 있었다. LG측에서는 국가가 운영하는 곳이니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화담숲 역시 사회복지법인으로 출발했다면 돈을 버는 곳이 아니라, 대기업이 자신들을 이만큼 성장시켜준 사회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 증표라고 본다. 삼성과 LG그룹은 국내의 대기업일 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과 인정을 받는 회사이다.

 

유독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국가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의해 성장한 기업이면서도 사회적 환원에 인색하다. 20156월에는 미국의 130여명의 억만장자들이 자기의 재산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서 화제가 되었다. 세계 최고의 부자로 거론되는 빌게이츠는 200211월 재산의 95%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워런버핏도 비슷한 규모로 사회환원을 선언했다. 그래서인지 미국인들에게 부자가 증오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존경과 찬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날, 화담숲을 방문한 후에 크게 실망했다. 이것이 한국의 대표적 대기업의 마인드인가 탄식했기 때문이다.

 

현대와 기아차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기아차는 1997년 자금난으로 부도유예 적용을 받고, 같은 해 1022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결국 현대가 기아차를 인수했지만, 이때 여러 부실기업들을 살리기 위해 국가가 투입한 공적자금은 180조원이었고, 그중에 70조원은 회수 불가로 처리되었다.

 

이런 공적자금은 국민의 세금이었고, 이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기업들 중에 기아와 현대차뿐 아니라 많은 대기업이 포함된다. 그러나, 그들이 만들어서 국내에 파는 자동차에 대한 자국민들의 불만이 높다는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 자신들을 파산에서 건져준 국가와 국민에 대해 감사와 보은의 마음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LG의 화담숲도 다르지 않았다.

 

광릉 국립수목원처럼 화담숲도 예약제로 하고, 저렴한 입장료에 쾌적한 관람 분위기를 제공하여 국민들에게 보은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그 숲에 묻힌 구본무 회장도 평안한 영면을 갖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운영을 위해 수고하는 직원들의 급여를 포함한 비용이 지출될 것이다. LG그룹은 사회 환원 차원에서 그 비용을 화담숲 사회복지법인에 기부한다면 얼마나 기업의 신뢰도가 커질 것인가 제안해 본다. 적어도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조성한 수목원이라면 그래야 하지 않을까?

 

빌게이츠나 워런 버핏처럼 큰돈을 기부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화담숲의 본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곳을 방문했던 관람객의 입장에서 느낀 소감은 자연이 선물한 숲과 공기마져 돈벌이로 이용하는 게 대기업이구나라는 것이었다. 수목원은 놀이공원과는 다르다. 세계적 대기업에 속하는 LG가 수목원을 조성하고 사회복지법인으로 등록했다면, 국립수목원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수준으로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그런 것도 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LG라는 이름이 연상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언젠가 대기업 총수가 법정에 불려가면, 많은 국민들이 나서서 탄원서를 제출할 정도로 국민들을 감동시키는 모습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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