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동을 조장하고 즐기는 사회
청와대에 어떤 정당을 해산하라는 청원이 올라가고, 숫자가 늘어나자 반대로 또 어떤 정당을 해산하라는 청원이 올라갔다. 정당을 대상으로 ‘해산’을 요구하는 것은 ‘공개적 사형을 요구’하는 것이다. 조현병 환자가 무차별로 사람을 죽였다고 흥분하는 사회가 어떻게 이런 청원을 당당하게 할 수 있으며, 또한 거기에 클릭하면서 경쟁을 즐기는 사람은 또 누굴까?
지금 우리 사회는 서서히 이성을 잃어가면서, 자신들이 세운 법체계를 공개적으로 비웃고 있다. 집단의 힘이라면 못할 일이 없다는 사고는 파시즘과 다를 바 없다. 정치권은 은근히 이것을 즐기면서 조장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판사의 판결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기대와 일치하면 지지하고, 반대인 경우 판결 자체를 부정하는 언행에 망설임이 없었다.
민주주의 사회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겠다는 전제하에 출발한 체제인데, 노대통령의 지적처럼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다. ‘막 가겠다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동네’는 언제 어떤 일이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의 공동체다. 이제 사람들이 만나도 같은 편이라는 확신이 없으면, 속마음을 드러낼 수 없는 풍토가 되었다.
토론은 TV에서나 가능할 뿐, 일상에서는 말다툼이나 싸움으로 끝날 확률이 커졌다. 심지어 익명이 보장되는 여론조사에서 조차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못하는 무당파가 유난히 많다. 끼리끼리만 통하는 어둡고 침울한 사회로 빠져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