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커피 한잔 줄이면 된다?
최근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비원의 숫자를 줄이는 등 어려움이 생겼다. 그런데 어떤 분이 한 달에 커피 한잔 값 즉 3500~4500원 정도(아파트의 규모와 경비원의 숫자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입주민이 더 부담하면 경비원을 줄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언뜻 들으면 큰 부담이 아니라고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아파트에 산다고 모두 중산층이 아니며, 월세로 근근이 살아가는 분들도 많다. 모 아파트의 경우 통장에 잔고가 없어서 관리비가 미납되는 세대수가 6~7% 정도라고 했다. 경비원이 약자라면, 통장 잔고가 없어서 미납하는 세대 역시 경제적으로 약자이다. 이렇게 몇 달씩 관리비를 연체하는 세대주에게 커피 한잔 줄이면 된다고 말하면, 뭐라고 응답할 것인지 생각해 봤는가? 우리가 탁상행정을 비난하는 이유가 바로 서민들의 삶에 충분히 가까이 하지 않은 채 쏟아내는 정책 때문이었다.
최저임금을 올리려는 정부의 선한 의도를 반대하지 않는다.그러나 최저임금의 지급 대상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영자만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근근이 살아가는 소상공인일 수도 있고, 관리비가 연체되는 서민일 수 있다는 디테일한 점을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따라서 16.4%와 같은 급격한 최저임금의 인상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언(苦言)한다.
부디 인상폭과 시기를 조절하여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정책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커피 한잔 값 줄이면 된다’는 뉴스가 최근에 모 방송국에서 반복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쓴 웃음이 나오는 이유이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한다는 조상들의 속담이 이번 최저임금 인상을 보면서 떠올랐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사자 성어처럼, 지나치면 차라리 모자람만 못하다는 성현의 말씀을 기억하여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서는 시행착오가 없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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