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항 지진이 준 교훈
그간 우리나라는 지진에 대해서는 비교적 안전지대라고 생각해 왔다. ‘안전’할 것이란 막연한 믿음에 근거하여 최대한 높은 건물을 짓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아마 가장 높은 권력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많은 사람들도 동일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 추측된다. 절대 안전할 것이란 믿음으로 불의한 일을 겁 없이 저질렀는데, 갑자기 지진이 덮친 격을 것이다.
특히 기초가 부실한 사람이 줄을 타고 높은 자리에 오르는 일은 가장 위태로운 재앙이다. 이번 지진이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엄청난 재해가 닥쳤을 것이다. TV 화면에 비친 건물 중에서, 피로티 기둥이 맥없이 무너진 장면을 보면서 가슴 철렁한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한때 신라가 잘 나가던 시절 약 80미터 높이의 황룡사 9층 목탑을 세운 적이 있었다. 결국 1238년 몽골의 침략군에 의해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절터의 넓이가 불국사의 8배 정도의 규모였다고 한다. 한 층 한 층 쌓을 때마다 나라의 이름을 쓰고, 그들이 신라에 조공을 바칠 것이란 꿈을 꾸었다고 한다. 높은 곳을 향한 인간의 욕망은 태초 이래 식어 본 적이 없었기에, 솔로몬은 ‘자기 마음을 지킬 수 있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낫다.’라고 했다. 80미터 정도의 높은 탑을 건설할 줄 알았던 우리 조상이 그 후 소박한 탑을 쌓았던 것은 ‘황룡사 9층 목탑’에서 배운 교훈이 아닐까 한다.
한때, TV를 틀면 권력의 상징처럼 등장했던 많은 분들이 줄줄이 포승줄을 차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지진에서 더 이상 안전한 지대가 없는 것처럼, 어떠한 권력도 영원히 안전할 수 없다는 점을 늘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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