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고시촌’ 제2기 참여후기
“연극수업이 당신에게 미칠 영향”
인생길에서 만나는 작은 산봉우리를 또 하나 오르고 있는듯하다. 미완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지만, 조만간 정상에 올랐을 때 느낄 자그마한 성취감과 그로인해 한 뼘 더 성장했을 나를 생각하며 오늘도 대본을 외운다.
2015년 봄날, 관악구 대학동 어느 사거리 현수막에서는 극단 ‘고시촌’ 2기 단원을 공개모집하고 있었다.
40대 후반, 유달리 연극에 관심이 많았거나, 타고난 재능이 있던 것도 아닌 내가 단원모집에 과감히 도전한 이유는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짐작컨대, 나 자신을 위한 새로운 시도나 변화의 모티브를 찾아보잔 마음도 있었겠고, 아마도 무대에 선다는 짜릿함이나 설레임이 크게 작용했던 듯도 하다.
오디션과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7월 중순부터 주1회 매주 일요일마다 기초수업이 시작되었다. 처음 3개월은 스트레칭, 체력훈련, 발성, 호흡, 자세, 표정, 워킹, 즉흥연기 등 기초수업이 있었고, 최근에는 연말 공연작품인, 미국의 희곡작가 ‘손턴 와일더’ 작 “Our Town(우리 읍내)”을 각색한 “우리 동네”의 대본리딩을 마치고 본격적인 공연 연습에 돌입했다.
짧지 않은 시간, 현직 연출가님과 배우님들의 열정적인 연극수업은 내게, 세상을 살아가는 바르고 참된 지혜로 가득한 “인생공부” 그 자체였다.
연극은 본래의 자기 자신을 제대로 발견하고, 진심으로 사랑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연극을 통해 좀 더 나은 쪽으로의 성격개조와 변화는 물론, 인생에서 맡게 될 어떠한 배역이라도 자신의 역할에 더욱 충실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 상대방도 다가온다는 진리, 무엇보다 함께 공연하는 상대방과 관객에 대한 배려와 수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배울 수 있었다.
심지어 다양한 표정과 표현에 대한 깊은 관찰을 통해 타인의 삶과 인생에 대한 간접경험 뿐 아니라, 바른 걸음걸이와 자세까지 연극을 통해 자신의 한계는 물론, 숨겨진 새로운 재능도 찾을 수 있다.
삶을 풍성하고 유연하게 만드는 연극의 순기능들, 어쩌면 누구나 다 아는 얘기이고, 이미 들어본 것들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머리로 아는 것과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몸으로, 가슴으로 깨닫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것이 아닐까?
앞으로, 나와 같은 일반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연극을 체험하고 참여해보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특히,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인성교육을 위한 교과과정으로 연극수업이 활발히 이뤄졌으면 한다.
갈수록 황폐해지는 사회에서 연극수업을 통해 조금이나마 낭만을, 감성을 회복하는, 그리하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더 밝아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고시촌 2기 단원들의 연극 “우리동네”가 공연될 12월 26일, 조명이 켜지고, 첫 대사가 시작되면 아마도 나는 이전과는 또 다른 새로운 나 자신으로 태어날 것이다.
제레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