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저널

칼럼   특별연재(지구온난화)   환경   선거일기   의학칼럼   기고   음악칼럼   산행기행   영화칼럼   유종필의관악소리   교육특별연재   신년사
호별보기 로그인 회원가입
컬럼
칼럼
특별연재(지구온난화)
환경
선거일기
의학칼럼
기고
음악칼럼
산행기행
영화칼럼
유종필의관악소리
교육특별연재
신년사
개인정보취급방침
회사소개
광고/제휴 안내
기사제보
컬럼 > 컬럼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굿바이, 삼성 브랜드
기사입력  2008/01/16 [00:00] 최종편집   

■시사칼럼

며칠 전 결혼을 앞두고 있는 조카를 위해 벽걸이용 디지털 TV를 한 대 사 주기로 약속했다. 가전제품 판매점에 들어가 마음에 드는 모델명을 알려주면 사서 보내주겠다고 한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조건을 하나 달았다. 삼성전자 제품은 절대 안 된다는 조건이었다. LG전자 등 국내 다른 기업의 제품이나 하다못해 소니나 파나소닉 등의 수입품을 구매하는 한이 있어도 삼성브랜드는 절대 사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영리한 조카는 외삼촌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아들었다. 며칠 후면 소니 디지털 TV가 조카에게 배달될 것이고, 조카는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좋아할 것 같다.

4Gb 이동식 디스크를 구입하기 위해 가전매장을 찾았다가 매장 직원이 내미는 삼성브랜드를 거부하고 일제 소니브랜드를 택했다. 가난한 나라에서 나고 자라 어린 시절부터 국산품 애용이라는 구호를 귀가 아프도록 들었던 탓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수입품을 집어 드는 젊은 세대들과는 달리 국산브랜드에 대한 미련에 연연하던 기성세대의 오래된 습관도 말끔히 지워버렸다. 그렇지 않았다면 작년에 3백만 원을 넘게 주고 구매한 컬러레이저프린터와 컴퓨터세트를 휴렛팩커드 아닌 삼성제품으로 살 뻔 했으니까 말이다.

아쉽지만 나는 삼성브랜드와 인연을 끊었다. 값싼 미련은 휴지통에 던져버렸다. 이른바 한국을 대표한다는 국내브랜드 구매를 거부하고 수입품을 선호한다고 해서 내게 있던 애국심마저 사라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삼성전자의 외자비율이 70%에 이른지 오래되어 삼성이 나에게 전자제품을 팔아 남긴 이익금의 대부분은 외국기업으로 송금되니까 말이다.

구겨진 소비자의 자존심

삼성전자가 매년 연말 결산서를 공개하는 자리에는 그것을 발표하는 간부들이 표정관리를 하느라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익이 너무 많이 나기 때문이다. 자기나라 기업에서 이익이 너무 많이 난다고 심통이 나는 한국인도 있을까? 국내자본 30%로 표정관리가 필요할 정도의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라면, 나머지 70%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기업자본의 표정관리는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외국에 다녀온 한국인들은 공통적으로 한국기업의 광고판을 보면 마음이 뭉클함을 느낀다. 런던이나 빠리 등 세계적인 유명도심의 한복판이면 그럴수록, 또한 그 광고판이 크고 화려하면 할수록 심리적 감동도 그만큼 커지게 마련이다. 감상적이고도 순진한 애국자들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그 화려한 광고판에 비해 한없이 초라한 자신들이 부패한 삼성일가의 그 끝없는 허영심과 부조리를 먹여 살리는 구조를 떠받치고 있고, 왕족일가들은 소비자인 자신들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갖은 탈세와 불법과 일그러진 상속을 획책하고 있는 이 극도로 불쾌한 네트워크 시스템 앞에서도 과연 값싼 애국심과 감동이 생기던가를 나는 묻고 싶은 심정이다.

삼성그룹 법무팀장으로 있으면서 그 최전방에서 방패역할을 하던 한 변호사의 양심선언과 비자금 폭로로 드러난 삼성그룹의 불법 비자금 사건은 자금의 조성이나 관리 등에 있어 그 수단과 방법적 사악함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또다시 확인하는 마음은 이제 그들의 브랜드와 영구 결별만이 현명한 선택임을 깨닫게 한다.

이 사건 발생 즉시 삼성그룹은 대대적인 증거물 폐기에 나섰고, 삼성장학생으로 의심받는 검찰이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삼성증권 압수수색에 들어가 피라미나 다름없는 자료나 몇 건 가지고 나왔다. 압수수색이란 범죄의 증거를 파기하거나 은닉하지 못하도록 증거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이 일어나고 한 달이 가까워서야 여론에 떠밀려 겨우 압수수색 시늉을 했으니 대어들이 사라진 호수에 낚시 없는 낚싯대를 던져 어떤 얼빠진 고기가 잡혀줄까 말이다.

나의 자존심은 싸구려가 아니다.

회사의 전 현직 임원들 자신도 모르는 수십 개의 통장에 수십억 원씩의 거금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금융실명제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기가 자기의 계좌를 열람하는 일을 은행이 거부하도록 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다 반사로 벌어지고 있는 거대자본의 폭력 앞에서, 여전히 삼성과 같은 대자본의 성장만이 나라를 먹여 살린다는 해괴한 논리는 나의 소비자적 자존심을 크게 상하게 만들었다. 불난 집에 선풍기 틀어준다고 대통령 당선자는 삼성이 그토록 학수고대하던 금산분리법 철폐를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으니 이제는 삼성은행이나 삼성항공을 보는 날도 머지않았다. 더 이상 비자금을 차명으로 다른 은행에 몰래 숨겨둘 필요도, 발각될 염려도 없으니 큰 짐도 덜고 한 해 수천억의 금융이익이 눈에 보이는 그들이 외치는 재벌규제 완화요구는 그래서 그 어떤 공정성이나 진정성도 발견할 수 없다. 결국 혼자 다 먹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돌아갈 돈이 아깝다는 것이다.
이런 실상들은 초일류 인간경영이라든가 세계시장을 누비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호의적 이미지와는 전혀 딴판인 모습으로, 맨 얼굴에 흉물스럽게 퍼져있는 검버섯 자국을 가리느라 얼마나 많은 돈을 화장품 값으로 지출했을까를 생각하면 한편 측은한 마음도 들거니와 그런 화장발에 속아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며 삼성을 옹호하고 나서는 일부 재벌총수들이나 경제지 논설위원들의 충성어린 반격은 눈물겹도록 가련하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의 재벌들은 이런 부패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거니와, 사소한 물의라도 발생하면 고령의 총수들이 나와 소비자들에게 몇 번이고 머리를 숙여 사과한다. 하지만 삼성의 총수가 그랬다는 소릴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도 삼성이 먹여 살리는 식구가 얼마나 되는가를 말하지 말라. 국내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기업들의 99%가 한국직원을 먹여 살리고 있으니까.
굿바이 삼성. 다시는 당신들의 황제놀음에 보탬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 관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트위터 미투데이 미투데이 페이스북 페이스북 요즘 요즘 공감 공감 카카오톡 카카오톡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주간베스트 TOP10
  개인정보취급방침회사소개 광고/제휴 안내기사제보보도자료기사검색
서울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144길 35 대표전화 : 02-889-4404ㅣ 팩스 : 02-889-5614
Copyright ⓒ 2013 관악저널.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linuxwave.net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