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기후변화 사건의 주인공 메탄 하이드레이트. 해저 퇴적층에서 채취한 것이다. 해저와 영구동토층에 약 3조 톤이 저장되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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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재) 지구온난화 Global Warming(5)
대멸종 방아쇠 당긴 지구온난화 - 티핑포인트(2)
대한민국 기상청 홈페이지에는,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이 발간한 ‘한국기후변화평가보고서 2010’이 올려져 있다. 위 보고서는 ‘금세기 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최대 6.4℃ 상승한다고 예측되며, 우리나라의 경우 지구 평균의 2배 가량 빠른 속도로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세상에 6.4℃라니! 이 숫자는, 지구 생물 역사상 최대의 멸종 사건을 상기시킨다. 2억 5,100만 년 전 고생대 페름기 말에 90% 이상의 종이 절멸하였다. 대멸종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지구온난화로서, 당시 몇 천 년에 걸쳐 6℃ 가량 상승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위 보고서는 금세기 불과 100년 만에 그렇게 오를 수 있다고 쓰고 있는 것이다. 인류는 이에 적응할 수 있을까. 우리가 진정 두려워해야 할 일이다.
나는 매우 망설이다가 이 글을 쓴다. 그 내용이 너무 비극적이고, 종말론처럼 비추어질까 우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오늘 소개할 대멸종 시나리오는 탄탄한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고, 점점 더 많은 과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인류가 지금처럼 살아간다면 부득이하게 겪게 될 유일한 종착역이다.
다섯 차례의 대멸종
일반 대중들도 ‘대멸종’이라는 용어에 낯설지 않다. 중생대를 끝장냈던 공룡대멸종 사건이 매스 미디어를 통해서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6500만 년 전, 에베레스트산 만한 미행성이 엄청난 속도로 우주에서 날아와 유카탄 반도를 가격한다. 대 충돌로 인하여 1억년 간 지구를 지배하던 거대 파충류가 사라지고, 이와 더불어 동식물 50% 가량이 멸종한다.
이 사건이 유명한 이유는, 지구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동물인 ‘공룡’이 절멸했기 때문일 뿐만 아니라, 멸종의 원인이 간명하여 대중들이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지구 생물사에 존재했던 멸종 사건의 규모 중 3위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모두 다섯 차례의 대멸종 사건이 있었는데, 그 중 으뜸은 ‘모든 대멸종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고생대 페름기 말 대멸종 사건이다.
모든 대멸종의 어머니 - 페름기 말 대멸종 사건
미국의 고생물학자 어윈은 1994년에 미국의 저명한 과학잡지 <네이처>에서 페름기 말 대멸종 사건을 다음과 같이 극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바다동물 종의 90% 이상, 육지 척추동물과의 70% 정도를 쓸어버리는 일은 이만저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과거 6억년 동안 있었던 멸종 가운데 페름기 말 대멸종은 후생동물이 완전히 전멸한 것이나 다름없는 사건이었다.” 이후 더욱 활발히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졌고,
지금은 대멸종의 규모와 메커니즘이 상당히 밝혀졌다. 육지와 해양에서 생물들의 종 다양성이 대멸종 사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데 5,000만년 가량 소요되었다. 무엇이 이러한 대 참사를 일으킨 것일까?
페름기 말 대멸종의 메커니즘
척추고생물학 교수이자 브리스틀대학 지구과학부학장인 벤튼Michael J. Benton은 2003년에 “대멸종”이라는 책을 통해서 당시까지 이루어진 연구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이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2억 5,100만 년 전 페름기 말기, 시베리아에서 엄청난 화산활동이 일어나서 용암이 유럽과 비슷한 면적을 뒤덮어버렸고, 대기와 해수면 온도가 2~3℃ 정도 올라갔다. 온도가 오르자, 툰드라 영구동토층과 북극해 가장자리 퇴적물 속에 갇혀 있던 거대한 얼음 기체수화물(메탄 하이드레이트 methane hyderate)이 풀리면서 막대한 양의 메탄가스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메탄은 강력한 온실가스로서, 메탄트림으로 인해 기온이 다시 3℃ 정도 더 올랐다.
산성비, 해양의 무산소화, 황화수소 방출이 이어지고, 플랑크톤이 궤멸되고 생태계가 붕괴되었다. 그 결과 초礁, 초에 서식하는 거주자들, 바닥을 기어다니는 연충류와 절지동물, 연체동물과 새우 등 해저의 생물이 모두 죽고, 부족한 곳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극소수의 동물이 혹독한 조건을 견디며 간신히 살아남았다.
▲ 시베리아 늪지에는 700억 톤의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묻혀 있다. 이 곳에 있는 메탄이 풀려나 대기로 방출된다면 1조 3천억 톤의 이산화탄소에 해당하는 온실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이것은 지난 200년 동안 인류가 배출한 양보다 더 많은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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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의 시한폭탄 – 메탄 하이드레이트
위 대멸종의 메커니즘 중에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건은 ‘메탄트림’이다. ‘메탄 하이드레이트’라는 물질은 메탄가스가 얼음 결정 속에 갇혀 있는 구조이다. 메탄가스는 가축의 트림이나 방귀로 유명하다. 중고등학교 시절 유기화학을 처음 배울 무렵, 방귀 냄새가 나면 “누가 메탄가스를 뿜었냐”면서 유식한 티를 내곤 했듯이, 메탄가스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기체이다. ‘메탄생성 고세균’이라는 미생물은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 유기물을 분해할 때 그 부산물로 메탄을 만들어 낸다.
동물의 내장 속, 시골 농가의 퇴비더미 등이 그러한 환경이다. 그런데, 지구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메탄가스가 저장되어 있는 장소가 있다. 바로 툰드라 지역과 북극해 주변 대륙붕 지대이다. 이 지역에는 약 3조톤 가량의 메탄이 묻혀있다. 과거 해저에 산소 공급이 중단되고 유기물이 대량으로 퇴적되었을 때, 메탄생성 고세균은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메탄가스를 만들어 내었는데, 이 가스가 저온 고압의 조건에서 얼음 결정에 포획되어 매장된 것이다.
얼음의 녹는점은 0℃이므로, 이 온도에 이르면 메탄을 감싸고 있는 얼음 결정이 파괴되고 메탄가스가 풀려나게 된다. 메탄은 매우 강력한 온실가스로서, 대기 중에서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의 21배이다. 지금 대기 중 탄소의 양은 약 8천억 톤인데, 메탄가스 3조톤이 방출되면 그야말로 끝장인 것이다. 메탄 하이드레이트는 툰드라와 해저에 묻혀 있는 시한폭탄이다.
▲해저에서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녹으면서 메탄가스가 분출되는 기둥. 이 기둥이 대규모로 생성되어 메탄이 풀려난다면 기온은 단기간에 몇 ℃ 상승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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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동하기 시작한 지구 종말 장치
캐나다, 알래스카, 시베리아의 툰드라 지대가 녹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의 평균 기온은
0.74℃ 상승하였는데, 고위도 지역으로 갈수록 상승 폭이 커서, 북극 주변은 이미 2℃ 이상 올랐다. 0℃ 등온선은 시베리아 대륙의 거의 끝까지 올라갔다. 땅이 녹으면서 가스관, 건축물이 붕괴되고 있고, 드넓은 호수가 생기고 있다. 이 지역에서 메탄 분출량은 이미 지구 평균의 10배가 넘는다.
한편, 여름철 북극 빙하의 양은, 1970년대 말 인공위성으로 측정하기 시작한 이후로 40%가량 줄어들었다. 두말할 나위 없이 그 주변 해수 온도 상승이 그 원인이다. 그에 따라 해저의 메탄 하이드레이트가 풀리면서 메탄가스가 분출을 시작하였다. 영국의 BBC 방송은 2009년에 독일 과학자들의 관측 결과를 소개하였는데, 해저에서 250개의 메탄 기둥이 작동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이치선 /서울대 물리학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