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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현장) 학생들의 자리 배치
자신의 생각이 반영되었을 때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뒤따라
기사입력  2002/05/31 [00:47] 최종편집   
새학기가 시작된 지 어느덧 두 달이 지났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참으로 빠르게 지나간다.



학교에선 3월이 참으로 바쁘다. 3월에 1년 동안의 학교생활의 기틀을 잡는 달이기 때문이다. 학급에서 처음 시작되는 일은 자리배정이다. 물론 학생들은 자신이 앉고 싶어하는 자리에 앉기를 원한다. 그러나 담임선생님의 자리배정원칙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친구와 짝이 될까... 앞자리 아니면 뒷자리? 창가 아니면 안쪽? 등 자리를 둘러싸고 미묘한 욕구들이 분출한다. 앞자리를 앉고 싶어하는 눈이 안 좋은 학생, 자신과 친한 친구와 같이 앉고 싶어하는 학생, 혼자 앉고 싶어하는 학생, 뒷자리가 편한 학생 등 여러 가지로 자신들의 소망을 표현한다.



그러나 담임선생님에게 있어서 자리배정은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어떻게 자리를 배정하느냐에 따라 수업 분위기가 달라지고, 또한 학생들의 친구관계를 형성하는데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하고만 앉으면 다른 친구와 사귈 기회를 놓친다. 편협한 친구관계를 지양하고 학급의 많은 친구들의 성격을 이해하고 원만한 인간관계의 형성을 위해서는 다양한 유형의 짝을 만나 많은 일들을 겪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래도 학급이 소란해지기 때문이다. 잘 알고 지내는 친구와 함께 자리를 앉으면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할 이야기도 많기 때문에 수업시간을 구별하지 않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생의 소망과 학급분위기 조성이라는 두 가지의 목표를 잘 달성하기 위한 자리배정의 원칙은 담임선생님에게는 어려운 문제이다.



일단 처음에는 임시로 번호 순서로 앉는다. 그리고 덧붙인다. 어떻게 자리를 배정할지 좋은 의견을 제시해달라고.



자리배정을 하는 날이다. 학생들은 앉고 싶은 자리에 앉자고 제안을 한다. 그리고 겹치는 자리는 추첨으로 하자고 한다. 나는 이 방법이 괜찮을 듯해서 그 제안에 동의를 하였다. 보통은 만족스런 자리에 앉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학급 분위기를 지켜보며 자리를 바꾸기로 하였다.



이렇게 하여 앉고 싶은 자리를 신청하고 겹치는 사람들은 나와서 가위바위보로 결정하거나 다른 자리를 선택하거나 해서 자리를 앉게 되었다. 대부분이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러나 이후에 어떤 학급의 모습을 띄게 될까 하는 점에서는 조금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결정한 사항이니까 스스로들 자율적으로 잘해주리라 믿는다.



약간 소란스럽다는 동료교사의 학급에 대한 평을 그대로 학생들에게 전달하면 그 뒤 학생들은 스스로들 학급 분위기를 추스린다. 아마도 스스로 결정한 자리배치의 원칙을 학생들은 욕되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중간에 교실의 책상배열이 바뀐 일이 있었다. 4분단 4줄로 되어있던 책상배치를 3분단 5∼6줄로 바뀐 것이다. 이 자리 배치에 대해 학생들은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한다. '칠판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이상하다, 원래대로 하자' 사실 어떻게 해도 익숙해지면 편안한 것을 낯설어서 그런지 학생들은 원래대로 하기를 원한다. 이유야 어쨌든 자신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책상배열이 변경되는 것에 별 핑계를 다 대며 원래대로 하기를 고집하는 것일 것이다.



이런 일을 경험하며 나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였다.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어있지 않는 일에 대해 어른들만큼이나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나의 학급은 집단생활의 작은 단위이다.



비록 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학생들은 자리배치라는 작은 일에서부터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어 주길 희망하고 있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고 자신의 생각이 반영되었을 때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해 학생들은 관심을 갖고 책임 질 자세가 되어있다는 점이다. 비록 세련되어 있진 못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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