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의 정신세계는 건강한가?
논어(論語) 술이(述而)편에는 ‘나물 먹고 물 마시고 / 팔을 베고 누웠으니 / 즐거움이 그 안에 있고 / 의롭지 않게 부귀를 누림은 / 나에게는 뜬구름과 같다.’라는 말씀이 있다. 특히 ‘不義而富且貴(불의이부차귀)’라는 구절은 자본주의의 중심에 서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월이 지나도 그 가치와 감동이 변하지 않는 책을 ‘경전’이라고 부르는데, 논어는 충분히 그런 자격이 있는 책이다. ‘의롭지 않은 방법으로 얻는 부(富)와 귀(貴)’를 하늘의 구름으로 여길 수 있는 기개가 있었다.
사회는 그런 지식인과 권력자를 존경하고 따랐으며,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잠시라도 좋으니 부귀(富貴)를 누릴 수 있다면, 불의(不義)한 게 뭔 대수냐?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호의호식하고 권력과 명예를 누릴 수 있다면, 도덕심과 윤리가 밥 먹여주냐? 라고 외치면, ‘옳소’라고 외치는 동조자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나쁜 놈이 한두 놈이냐, 죄 없는 놈 있으면 나와봐!’ 라는 식이다. 사회 각 분야에서 집단적 도덕 불감증이 선을 넘고 있다.
사회 공동체를 평화롭게 지탱해 오던 규범과 법이 비웃음의 대상이 되고, 판사들의 판결조차 조롱의 대상이 되곤 한다. 1966년부터 10년간 중국의 홍위병이 주도했던 문화혁명으로 중국은 대학교수를 비롯한 지식인과 문화유산이 송두리째 파괴된 적이 있다. 그 10년간 중국은 학교가 문을 닫고, 살벌한 홍위병의 몽둥이가 법과 질서가 되었다. 그런 탓인지 최근 문화혁명시대를 거친 중국인이 다녀간 유럽의 관광지에서 벌어지는 비이성적이고 기이한 행동이 자주 거론된다.
모택동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선동에, 맹목적으로 동조한 홍위병들로 인해 중국의 문화 수준이 수십 년 후퇴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다. 요즘 우리 정치를 보면, 과거 홍위병의 그림자가 보이는 듯하여 두렵다. 중국의 홍위병들은 모택동의 노선을 반대하거나 비판하는 사람을 공개적으로 욕보이고 고문했다.
10여 년간 중국의 암흑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넷플릭스의 ‘삼체’가 잘 표현하고 있다. 국가 공동체가 아니라, 우리 편의 이익과 목적이 최우선되는 사회가 심화되면, 21세기 한국판 문화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 가장 문명화된 사회에서 홍위병의 등장을 걱정할 정도로, 우리 사회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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