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열풍은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
세계사를 공부해 보면, 15세기까지만 해도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명나라와 조선, 두 나라 정도였다. 1592년의 임진왜란을 어떤 일본 사학자는 ‘도자기 전쟁’이라고 불렀다. 실제로 16세기 이후, 일본의 도자기 산업은 급속히 발전하여 유럽의 주요 수출품이 되었다. 당시만 해도, 1300도 이상의 고온을 내는 화로(火爐)를 만들지 못했다.
우리의 도공(陶工)들을 끌고 간 덕분에, 17세기 일본은 유럽사람들이 값비싼 가격으로 구매하는 도자기 산업을 독점할 수 있었다. 일본은 조선의 첨단기술을 이용하여, 자국의 경제성장 발판으로 삼았다. 반도체를 비롯한 스마트폰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반도체와 전자제품, 자동차 산업이 아니면, 한국은 후진국으로 고꾸라질 것이라고 예언하는 경제학자들이 많다. 세계가 인정하는 경제성장의 비결은 정치가 아니라 첨단기술이 좌우한다.
그런데, 우리 경제의 근간이 되는 기술개발의 주역이 될 공과대학생들의 맥이 끊어질 것이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우수한 고교생들이 앞다투어 ‘의과대학’만을 고집하고, 이미 대학에 들어간 학생들조차 휴학하고 의대준비를 한다고 한다. 물론 의학 분야에서도 우수한 인력이 필요하겠지만, 부존자원이 부족하고 인구가 적은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계속할 수 있는 힘은 ‘기술’에 있다.
18세기 이전까지 세계사에서 유럽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그러나 제임스 와트의 정교한 증기기관 기술은 영국을 산업혁명의 중심에 설 수 있게 했다. 결국 19세기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주의를 완성할 수 있었다. 영국보다 유럽의 패권을 쥐고 있던 프랑스는 정밀한 대포 기술에서 영국에게 뒤지면서, 포병장교 출신의 나폴레옹조차 허무하게 영국에게 패배했다. 세계 전쟁사는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정교한 대포 제작 기술을 가진 영국에게 패배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21세기는 기술 패권을 쥐는 국가에 의해, 경제의 추가 이동하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의대 열풍이 젊은이들의 정신을 휘저어 놓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 세계사는 우리에게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개인만 부자로 살 것인가? 국가를 부자로 만들 것인가? 젊은이들의 꿈과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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