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공의 파업을 바라보면서
2023년 수능 채점 결과 서울대에서 의예과의 수능성적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고등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료이다. 다른 직업과 달리 정년이 없다고 할 수 있고, 고소득과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치는 등 수학 기간이 긴 것을 감안해도, 다른 직종에서는 결코 제공받을 수 없는 특혜가 많다. 실제로 노량진 공시생들을 보면, 대학 졸업 이후에도 몇 년씩 공부하는 학생들이 넘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묵시적으로 경제적 특권층이 일정 부분 ‘자기희생’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심리가 있다. 특히, 이번처럼 의대정원 정책에 대한 의사표현으로 가운을 벗어던지는 모습은 국민을 당혹스럽게 한다. 우리가 의사를 존경했던 것은 환자를 위해 ‘숭고한 희생’을 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받는 연봉이 일반인의 몇 배에 달하는 고연봉이어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의사협회의 주장에 따르면, ‘의대정원 확대가 필수 의료’의 해결책이 아니고, 의사공급 과잉으로 의료비가 증가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런 주장을 듣는 국민의 입장에서 ‘맞다!’라는 공감이 즉각 확산되어야 하는데,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한다. 뭔가 정직하고 솔직한 주장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특히, ‘의사가 많아지면 의료비가 증가한다’는 주장은 억지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지금도 의사는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럼 왜 지방은 전공의를 모시기 위해 ‘연봉 4억, 아파트와 별장 제공’이라는 파격 조건을 내세워야 하는지 말해 보라. 국민의 눈에는 의사 수가 늘어나면, 경쟁력이 약화되어 밥그릇에 손상이 될까 반발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를 들추지 않더라도,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방과 환자는 회피하면서 ‘국민건강 피해’라는 주장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한 국가의 의사 정원을 왜 이해당사자인 의사협회가 좌지우지해야 하는지 국민은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식이면, 의사뿐 아니라 모든 직종이 서로 정원확대를 반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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