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상을 뛰어넘는 인공지능과 멘붕에 빠진 인류
인공지능은 마치 경고 없이 밀어 닥치는 쓰나미처럼, 대비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달려오고 있다. 지난 15일 미국 오픈에이아이(OpenAI)는 텍스트로 명령어를 입력하면 고화질 동영상을 만들어내는 서비스 ‘소라(Sora)’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영상을 감상한 대다수는 놀랍도록 정교하고 생생한 영상을 감탄했다. 스티브 잡스가 설립한 에니메이션 제작사 ‘픽사(Pixar)’가 수개월 걸려서 작업할 내용을 불과 20여초 만에 만들어 낸 것이다. 영화제작사는 공포감을 느낄 정도로, 텍스트를 정확하게 해석하고 생생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확인했다.
문제는 이런 분야만이 아니라, 중국은 방송사 아나운서의 아바타를 만들어서 사람 아나운서가 휴가를 간 동안 방송을 진행했는데, 진위 여부를 가리기 어려웠다고 한다. 특정한 탈렌트나 정치인의 이미지(사진과 영상 자료)가 있고, 목소리를 확보할 수 있다면, 실제 인물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한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얼마든지 가짜 뉴스를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선거운동과 같은 예민한 시기에 이런 가짜 영상이 정교하게 제작되어 배포된다면, 그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미국의 정보기술매체 ‘기즈모도’는 지난 15일 “온라인 허위정보가 커뮤니티를 분열시키고, 선거를 조작하고, 수많은 사람의 이성을 잃게 만들어 큰 문제가 되고 있지만, 실제 해결에 뛰어든 사람은 없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가짜인지 진짜인지를 구별하는 시각적 현실감각을 마비시킬 수 있는 인공지능이 등장했다는 뜻이다.
‘To see is to belive(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명언이 있다. 이것은 인류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영상정보에 얼마나 깊은 신뢰를 보여주는지 대변하고 있다. 공개된 데모 영상을 보면, 감동이 일어날 정도로 생생하고 스토리가 담겨있다. 당연히 상당 부분의 광고업계와 영상제작업체 종사자들은 순간에 직업을 잃게 될 것이다. 이런 파도와 쓰나미가 이 분야에 그칠 것이라고 믿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언어능력과 사고능력을 기계가 갖추고, 사람보다 더 정교한 작업을 수천만 배 빠르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진짜 문제는 향후 몇 년 안에 인류의 존립을 위협할 엄청난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이 분명한데, 우리는 손 놓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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