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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민주항쟁의 정신 잇는 ‘박종철 센터’ 건립
1987년 6·10 민주항쟁 도화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민주주의 공간에서 재탄생
기사입력  2023/09/06 [15:07] 최종편집   

  박종철 센터 건물 전경


6월 민주항쟁의 정신 잇는 ‘박종철 센터’ 건립

1987년 6·10 민주항쟁 도화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민주주의 공간에서 재탄생

민·관합동추진위 주도 지하1층, 지상4층 건물에 전시공간, 교육공간, 문화광장 조성

 

서울대학교 언어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종철은 지난 1987년 1월 14일 새벽 하숙집에서 연행된 다음날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 조사실 509호에서 물고문으로 사망했다.

  

당시 정부는 고문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쓰러졌다'고 사망원인을 발표했다. 그러나 부검 결과 수많은 피멍과 고문 흔적이 드러나, 물고문에 의한 사망이 확인되면서 분노한 국민들이 전두환 군부독재에 맞서 전국적으로 반정부 시위에 나서게 된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1987년 5월 18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이 조작되었다”고 폭로하면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가 ‘박종철군 고문살인 은폐규탄 및 호헌철폐 국민대회’를 6월 10일 개최하기로 한 것이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된다.

 

박종철 고문치사 진상규명 요구와 호헌철폐 국민대회 참가를 결의하는 출정식이 대회 하루 전인 6월 9일 전국 대학에서 진행되었고 이날 연세대생 이한열이 경찰이 쏜 최루탄에 피격되는 사건이 발생돼 전국은 다시 한 번 비탄과 분노의 물결에 휩싸인다.

  

6월 10일부터 시작된 전국적인 시위는 대학생들만 아니라 여고생과 넥타이부대, 노동자까지 참여하는 전 국민들의 시위로 발전돼 마침내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독재정권으로부터 6·29 선언을 이끌어내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하고, 헌법 개정을 통해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하게 된다.

 

 서울대 동문들의 후원으로 만든 박종철 열사 조형물과 벤치를 박종철거리에서 도덕소공원으로 이전해온 장면


박종철 센터 건립 배경

 

1980년대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치열하게 싸워왔던 서울대 운동권 학생들의 성지인 대학동 녹두거리에 박종철 센터가 건립돼 8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관악구는 지난 2017년 3월 민주주의를 테마로 마을관광사업을 기획했다. 당초 민주주의를 테마로 마을관광사업을 기획하여 관악구에 제안한 주체는 ‘관악, 민주주의 길을 걷다’ 마을관광사업 추진단이다. 이 마을 사업단이 기획한 ‘관악, 민주주의 길을 걷다’ 사업은 2017년 서울시 공모사업 ‘서울속 마을여행’에 선정되어 5천만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되었고, 구비 2천만 원을 추가로 지원받아 본격 추진되었다.

  

관악구가 고시촌 활성화방안으로 청년예술인을 유치하기 위해 원룸 주거비를 지원했던 스토리텔링작가클럽하우스 소속 청년예술인들과 민주주의 길 조성에 공감한 영화감독, 연극작가 등의 예술인들이 참가해 수개월간 민주화 운동 자료조사와 관계자 인터뷰, 현장조사 등을 통해 스토리를 발굴했고, 마을관광사업추진단은 신림사거리에서 서울대까지 민주주의를 테마로 하는 관광코스 10곳을 개발했다.

  

마을관광사업추진단은 민주주의 관광코소 가운데 먼저 1987년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으로 ‘박종철 거리’ 조성과 박종철 센터 건립을 관악구에 제안했다.

  

관악구는 2018년 1월 13일 당시 영화 ‘1987’ 영향으로 중앙언론과 방송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으며 박종철 기념동판과 벽화, 표지판을 녹두거리에 설치하고 ‘박종철 거리 선포식’을 거행했다. 이날 박종철 기념관 건립 의지가 천명되었다.

 

  박종철센터 상설 전시관 내부 전시 장면

 

박종철 센터 운영 계획

 

관악구는 2018년 1월 박종철 기념관 건립을 위한 ‘민관합동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민·관 협치로 건립한다는 방침을 실행했다.

  

민관합동추진위원회는 부지매입 난관으로 숙고 끝에 ‘박종철 거리’에 있는 건물을 매입하여 리모델링하기로 결정한다. 또한, 박물관법에 의거해 시설과 활동에 규제를 받는 기념관 대신 시설과 활동이 자유로운 센터로 축소하여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부지와 건물은 지구단위계획 재정비, 공원조성변경계획, 구조안전진단 등 행정적 절차로 장기간 공사가 지연돼 2022년 8월에야 리모델링 전면 공사에 착공할 수 있었다.

 

공사비 19억 원이 투입된 박종철 센터는 고급스러운 신축 건물로 보일 정도로 내부와 외부 모두 세련되게 리모델링되었다. 사실 뼈대만 남겨놓고 구조까지 전면 리모델링하여 신축건물과 다름없다.

  

박종철 센터는 당초 협소한 연면적이 우려되기는 했지만 1층과 연계된 도덕문화공원의 문화광장과 옥상 문화공간이 개방감을 주어 다양한 기능이 기대되고 있다.

  

박종철 센터는 지하 1층, 지상 4층(옥상포함) 규모로 대지면적 407.00평방미터, 연면적 329. 68평방미터이다. ▲지하 1층에는 다목적 강당 및 교육공간으로 전시, 공연, 교육을 위한 대관이 가능한 공간이다. 센터 자체적으로 헌법학교, 관악민주주의 학교, 문화예술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상 1층은 도덕문화공원과 연계된 통로이자 휴식공간이다. 도덕문화공원은 옥외전시나 문화광장의 역할을 한다. 서울대 동문 모금으로 박종철 거리에 설치되었던 ‘박종철 벤치’ 조형물은 도덕문화공원으로 옮겨졌다.

  

▲지상 2층은 사무실과 기획·교류 전시공간이 조성되어 있고 ▲3층은 박종철 열사 관련 상설전시 공간으로 박종철 열사의 1987년 고문치사사건과 6월 민주항쟁 관련 자료가 상세하게 전시되어 있다. 또한, 박종철 열사의 생전 사진과 자필편지, 일기 등이 전시되어 있어 열사의치열한 삶과 고뇌를 엿볼 수 있으며, 유품도 곧 전시될 예정이다. ▲옥상은 문화공연 공간으로 활용 가능하다. 옥상과 1층 문화광장은 마을주민들과 동아리가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행사를 개최할 수 있도록 대관료 없이 운영할 계획이다.

  

박종철 센터는 사단법인 박종철 기념사업회가 위탁을 받아 센터장을 비롯해 학예사, 교육 및 행정 담당자 등 3명이 월~금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운영한다.

  

이현주 센터장은 “박종철 센터는 박종철 정신을 현재화하는 활동이 목적”이라며, “일상의 공간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확산하는 활동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2층 기획전시는 한국 민주주의 운동의 출발점이자 동력이었던 관악구 민주주의 역사, 서울대 열사 기획전시가 주요 컨텐츠이며, 민주주의 관련 기관과의 교류전시도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현주 센터장은 “박종철 센터는 지역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동아리 지원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며, “공모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제안을 받아 센터 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고, 주민참여사업도 운영해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동아리에 대관료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복열 기자

재창간 4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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