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화와 소통을 잃어버린 인간의 비극
나이가 들어 경제활동이 중단되면, 자존감이 상실되면서 무능하고 무력하다는 우울감에 젖기 쉽다. 주변의 관심에서도 멀어지고, 자신의 주장이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도 점점 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혼자서는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기에, 비슷한 동류와 어울려서 집단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노인층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서 비슷하게 나타난다.
코로나19로 시작된 비대면의 문화가 마스크를 벗고 나서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얼굴과 얼굴을 마주 보면서 만나는 것보다, 줌미팅을 여전히 선호한다. 첨단 통신기술은 만나지 않고도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앱을 계속 개발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절약해줄 뿐 아니라, 만남을 통해 생길 수 있는 갈등과 분쟁을 최소화해주기 때문이다.
음식을 시킬 때도, 식당주인을 만날 필요가 없고, 심지어 전화할 일도 없다. 앱으로 비대면 주문이 가능하고, 배달기사와도 대화를 섞을 필요가 없다. 모든 것은 앱의 지시와 정보에 의존하면 된다. 서로 얼굴을 볼 일이 없으니, 평가할 때도 냉정하게 할 수 있다. 배달 중에 사고가 생겼다 해도 그것은 배달기사의 문제일 뿐, 내 알바 아니다 라는 식이다. 배달이 늦으면 가차없이 벌점을 주어도 아무 감정이 없다. 식당주인과 배달기사는 거대한 시스템의 한 부분으로 전락해버렸다.
그저 나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부정평가를 한다. 결과에만 집중하고 판단한다. 학교에서는 성적, 경제활동에서는 성공이라는 결과만 본다. 숨막히는 이런 상황에서 누가 행복감을 충만하게 느낄 수 있을까? 편리함과 효율성을 무한 추구하는 현대 문명은 결국 인간을 소외시켜버렸다. 생각도, 만날 필요도 없고 그저 소비하면 된다. 서로가 서로를 소외시키고 소통을 차단하고 있다. 그 결과 가장 교육수준이 높은 요즈음 뻔한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있는데, 이것은 소통을 잃어버리고, 고립된 인간에게 이성의 힘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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