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후변화의 진짜 원인은, 거기가 아니다
정부는 관악구를 비롯하여 10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아마도 의료와 방역과 방제 및 쓰레기 수거활동에 필요한 지원 등을 중앙정부로부터 받게 될 것이다.
다만, 아쉽고 이해하기 힘든 것은 2011년 역대급 장마를 겪으면서 서울시와 관악구는 서울대 부지와 정문 앞에 6만 5천 톤 규모의 저류조 3개소를 설치해 시간당 94.3mm(30년 빈도)의 강우에 대비했다. 저지대 침수 방지를 위해 시간당 94.3mm(30년 빈도)의 강우에 대비한 빗물펌프장 3개소를 추가 설치하고, 총 58.95㎞에 이르는 하수관로 성능개선공사를 마쳤다. 이 정도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더 이상의 홍수피해는 없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 이후, 커다란 비가 오지 않아서 예산만 낭비한 것이 아닌가 하는 뒷말까지 있었다.
그러나 2022년 8월 8일, 시간당 131mm라는 80여년 만에 최고의 강수량이 일시에 쏟아지면서 그간의 노력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아마도 100년 빈도에 맞추어서 새로 수방계획을 세울 텐데...이것으로 대책이 될지 의문이다. 자연은 항상 인간의 예상을 넘어 서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자연을 파괴한 인간이 원인을 제공한 탓이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제거할 생각보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만 반복하는 격이다.
가장 근본적 대책은 ‘파리협정’에서 제시되었지만, 농산물 대량 생산을 위해 제초제와 합성비료의 사용을 줄이지 못하겠다고, 가장 거대한 농업국가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탈퇴를 선언했었다. 토양은 기후변화의 근본 원인이 되는 탄소와 물을 저장하는 능력이 탁월하여, 제초제와 합성비료를 중지하는 순간 기후변화를 멈추게 할 수 있다는 것이 환경학자들의 주장이다. 굴뚝에서 뿜어내는 연기보다 더 위험한 일이 농업에서 일어나고 있다. 토지를 잃으면 탄소와 물을 저장하지 못할 뿐 아니라, 다량의 제초제와 합성비료가 비에 씻겨서 강으로 흘러들고 물고기가 먹고, 그 물고기를 인간이 먹으면서 예전에 없던 질병으로 고통당하고 있다. 심지어 오염물질은 모유를 통해 어린 갓난아기에게 전달된다. 본질을 피하지 말자.
거대한 하수관거 설치, 거대한 저류조 증설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를 논의할 때다. 자연은 그런 인간의 노력을 늘 비웃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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