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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를 던지는 낚시꾼
최기만의 시사칼럼
기사입력  2022/08/24 [14:29] 최종편집   

 

▲ 최기만 본지 객원 논설위원

 

(최기만의 시사칼럼)

미끼를 던지는 낚시꾼

 

전통적으로 북한체제를 움직이는 외교 동력의 한 축은 민족적 자존심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자주 있다.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미국과 적대정책을 지속해 온 탓에 지금까지 이어지는 극심한 경제보복과 침략위협에 시달리면서도 미국의 굴욕적 요구를 단 한 번도 수용한 적이 없었던 사실에 미루어 북한체제가 하늘처럼 떠받드는 민족적 자존심 하나만큼은 주목받을 만하다.

 

물론 이러한 자존심 정치의 중심부에서 엿보이는 이른바 인민의 주체적 결속이라는 통치 효과를 빼고 그들의 자존심 정치를 논할 수 없는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어느 나라의 역사에서건 정말로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하거나, 혹은 독재자들의 권력 연장을 위한 꼼수면 모를까 국민들의 귀가 심심할까 만들어 주는 정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체제가 채택하는 정책에는 다 그만한 계산법이 있는 법이다.

 

담대하리만큼 무지한 경축사

 

지난 8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윤대통령이 꺼내 든 담대한 구상을 지켜보는 마음은 먹던 고구마가 목에 걸린 듯 몹시 답답했다. 그날 나온 대북한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자면 너희가 핵을 하나씩 내려놓으면 통 큰 지원이 있겠다.”는 말이다. 대체 어떤 비서관이 이런 경축사 원고를 작성해 올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종이에 적어준 사람이나 써준 그대로 낭독하는 대통령이나 냉혹한 외교현실을 모르는 아마추어급이라는 아연함에 외신기자들 보기에 창피한 마음이 들었던 사람은 나 하나뿐이었을까 모르겠다.

 

 

예상했던 대로 북한 노동당 부부장 김여정 명의로 거의 육두문자 수준의 반응이 나왔다. “당신들이 판돈 아무리 키워도 관심 없으니 꿈 깨라.”는 말이었다. 예상했던 반응 그대로였다.

 

 

물고기를 낚으려면 대상 어종이 가장 좋아하는 미끼로 유인하는 것이 태공들의 기본 상식이거늘, 물고기 입보다 더 큰 바늘 끝에 달린 죽은 지렁이로 무엇을 낚아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정말 놀랍다. 아니면 국민들 앞에서 구색이나 갖춰 북쪽을 향해 낚싯대를 던지는 시늉을 한 건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잡지는 못해도 입질이라도 해 주기를 바라며 이런저런 미끼를 던져 봐도 쳐다보지도 않는 북한의 싸늘한 반응에는 그럴만한 반복 학습효과가 있어서다. 유치원생들도 알만한 단순한 문제를 간과하면 그들에게 아무리 카톡 열심히 보내봐야 죄다 씹혀버린다.

 

북한은 이미 상대국의 수를 읽고 대응하는 외교적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일을 배울만 하면 여러 이유를 들어 교체되곤 하는 한국정부 장관들의 처지와는 전혀 다르다. 일단 내각의 중책을 맡으면 최하 10년 이상의 장기업무로 다져진 내공과 충성경험이 만드는 결과다.

 

과거 미국은 쿠데타로 집권한 리비아 국가원수 카다피에게 담대한 흥정을 제시했다. 아프리카와 중동의 무력 균형에 위협이 될 핵개발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현대식 리비아로 개조가 가능한 대규모 원조 약속이 그것이다. 권력 연장의 호기로 여겨 미끼를 덥석 문 카다피는 핵 포기 서류에 서명했고, 그를 기다리는 것은 종신황제 자리가 아닌 자신이 참수당할 운명이었다. 리비아의 선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정은 체제에, 이미 몰락한 카다피와 너무 닮은 미끼로 들이댄다는 것은 주체성에 목숨을 거는 그들에게 있어 극히 모욕적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줄 몰랐다는 말이다.

 

유감스럽게도 북한이 핵 포기를 담대한 흥정의 대상으로 협상 테이블에 들고 나오리라 기대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공짜 치즈는 쥐 덫 안에만 있다는 서양속담은 그들도 경험으로 안다. 사냥이 힘들고 배고파 썩은 고기에 의존하다 포획 틀 안에 갇힌 늙은 호랑이의 후회는 귀가 아프도록 들어왔던 그들이다.

 

북한의 핵 보유는 한반도 평화에 큰 위협이며 더 나아가 동북아의 핵무장을 자극해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도처에서 들린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중대한 의문이 있다. 그래서 어떻게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들 것인지를 먼저 말하라.

 

더구나 북한이 북미관계 정상화를 간절히 원했던 절호의 시기도 지나버렸다. 멀리는 1990년대 초반부터 평창동계올림픽을 매개로 시작된 2018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당시까지 북한이 원했던 목표는 한반도 종전 및 불가침선언을 담보하는 북미관계 정상화였다. 하지만 세 차례에 걸친 북미 정상 간의 만남이 허망한 결과만 낳았다는 결론에 따라 북한은 북미관계 개선 없는 국가 전략으로 선회했다. 희망적 기대를 걸던 북미관계 개선이라는 카드의 유효기간은 이미 만료되고 막차는 떠나버렸다.

 

물고기의 조롱을 받는 낚시꾼

 

정부에서 제시한 담대한 지원에 대한 윤여정 담화의 핵심은 지지율 낮은 정권과는 대화나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물론 새로운 입장은 아니지만 지지율이 낮은, 그것도 북한에 대해 일관된 강경자세를 유지해 왔던 남측 보수정권의 대통령과 무엇을 협상하고 합의해 보았자 미국의 승인 없으면 무엇 하나도 실행할 수 없는 사례들을 북한은 너무 많이 경험해 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2018 동계올림픽을 통해 어렵사리 조성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편승해 한··3국 정상회담까지 열고 전례가 없었던 문 전 대통령의 능라도 경기장 직접연설 자리까지 제공하며 기대를 걸었으나 미국의 결재가 없는 남측 정부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을 재확인한 그들은 비핵화라는 의제 자체가 남북 대화의 대상이 아님을 재확인한 것이다.

 

핵개발 이전에는 빈곤국가인 북한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국가들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핵 보유가 현실화 된 이후 경제력이 상승하는 북한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부터 확연히 달라졌다. 북한은 2018 동계올림픽에 초청된 북한 인사들이 남측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보수정치인들이 떼로 모여 나를 밟고 가라며 콘크리트 다리에 드러누웠던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한다. 그런 주체들이 담대한 지원을 약속하며 던지는 미끼 자체가 혐오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남측의 보수정부 5년간 통일부가 할 일은 더 이상 없다. 남북갈등이나 부추기는 인상 안 좋은 통일부 장관이 하는 일 없이 불로소득자로 지내는 동안 이산가족 상봉을 염원하는 최후의 세대도 그 염원을 이루지 못한 채 절벽 끝자락에서 하나씩 둘씩 추락해 사라지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초보 낚시꾼은 해마다 이런저런 미끼를 던지며 물고기들의 조롱을 받을 것이고, 가망 없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어지간히 답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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