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저널

칼럼   특별연재(지구온난화)   환경   선거일기   의학칼럼   기고   음악칼럼   산행기행   영화칼럼   유종필의관악소리   교육특별연재   신년사
호별보기 로그인 회원가입
컬럼
칼럼
특별연재(지구온난화)
환경
선거일기
의학칼럼
기고
음악칼럼
산행기행
영화칼럼
유종필의관악소리
교육특별연재
신년사
개인정보취급방침
회사소개
광고/제휴 안내
기사제보
컬럼 > 칼럼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요즘 공감 카카오톡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굿바이 앙겔라 메르켈
(최기만의 시사칼럼)
기사입력  2021/10/07 [18:42] 최종편집   

 

최기만 본지 객원 논설위원 

 

(최기만의 시사칼럼)

굿바이 앙겔라 메르켈

 

존경하는 미세스 앙겔라.

우선 당신의 (자발적)퇴임을 축하합니다. 지난 16년간 쉼 없이 달려오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유럽연합(Europian Union)의 리더국가로 전후 독일의 황금기를 이룬 고단했던 정치여정에 깊은 존경과 사의를 표합니다. 비록 개인이 세상을 구한다 해도 그 당사자가 행복하지 못하다면 삶의 의미를 상실하는 시대이기에 스스로 5회 연임 불출마를 천명하고 지켜냈음을 먼 나라에서나마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제는 한결 한가해진 시간 속에서 가정부도 없었던 당신 아파트의 심야 무료전기로 사용하는 세탁기도 더 자주 돌리고 음악을 들으며 손수 청소나 다림질도 편안히 하면서 배우자의 정치활동에 외조를 아끼지 않았던 남편과의 여행시간도 많이 누리시길 빕니다. 누가 후임 총리가 된다고 해도 당신이 든든하게 닦아 두었던 독일과 유럽이라는 동력 시스템이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1945년에 포성이 멈춘 제2차 세계대전이 나치독일을 상징하는 히틀러의 종말과 함께 미국과 소비에트연방의 독일 점령으로 막을 내리면서 한 때 유럽의 최강자였던 패전 독일은 미국의 서독과 소련의 동독으로 분단되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독일처럼 똑같이 소련과 미국에 의해 분단된 후, 독일이 통일되고 3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반도는 여전히 홀로 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은 한국과 달리 동서를 나누는 경계선에는 완충지대 없는 날카로운 철조망이 설치되었지만 서독의 자유를 갈망하는 동독인들의 탈출이 이어지자 소련은 기나긴 콘크리트 벽을 세워 이들의 탈출을 차단했습니다. 후에 통일독일의 총리가 되어 유럽연합의 리더국가이자 독일의 황금기를 이끈 당신은 독일이 둘로 갈라져 있던 1954년 서독 함부르크에서 태어났지만, 당신이 태어난 직후 목사였던 아버지 앙겔라 카스너는 전도사업을 위해 동독의 브란덴부르크로 이주했습니다.

 

소련의 사회주의 통치를 받던 동독에 살면서 부모님은 자녀들에게 사회주의의 획일적 이념교육으로부터 벗어나 논리적으로 사유하는 법을 가르쳤기에 물리학 박사였던 당신이 통일 후 헬무트 콜 총리의 권유로 보수 성향의 기독교민주연합(기민당)에 들어가 장관을 지내는 등 정치생활을 시작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월북인사가 통일한국의 대통령?

 

서울올림픽 2년이 지난 1990년 소련이 독일 진주 45년만에 동독에서 손을 떼고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이전까지 동독 지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전체 독일 평균의 73%, 평균임금은 88.3%에 그쳤습니다. 동독지역만 계산하면 이러한 수치는 더욱 하락하기에 당신을 포함한 동독인들 대부분은 스스로를 2등 시민이라며 낙담하고 있었고, 유럽 최대의 과학기술국임에도 불구하고 서독 역시 패전국이라는 오명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했음을 압니다.

 

저는 철의 재상으로 불리던 폰 비스마르크를 포함해 역대의 독일 정치인들 중에서 당신만큼 자국인들에게 사랑받는 정치인이 또 있었을까 생각합니다. 당신은 200511월 독일의 8대 총리에 취임하며 독일의 첫 여성 총리로 등장했습니다. 그 당시 새 총리 선출안은 찬성 397, 반대 202, 기권 12표로 의회를 통과했더군요. 당신의 나라 독일의 저력이 위대하게 생각되는 이유는 당신이 서독 출신이 아닌 동독 출신이라는 사실입니다.

 

 

당신은 동독 출신에 여성이라는 두 가지 약점을 지녔음에도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연소 총리직에 올랐는데, 정치이념과 문화가 달라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굳이 이 모습을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남북통일 후 북한 출신의 정치인이 통일한국의 운전대를 16년간이나 잡았던 셈이니까요. 향후 통일된 이후 한국인들이 과연 북한 출신의 정치인에게 대통령직을 맡길까 상상해보면 가당치도 않을 것 같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의류모델이 아닙니다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정치적 사상이지만, 아직도 단일민족 의식이 강한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일인들에게도 아리안 순혈주의 의식이 있고 아리안 사상이 과거 나치독일의 무력증강을 부추긴 한 원인으로 알고 있는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보호만을 목표로 강경책도 주저하지 않던 철의 여인매거릿 대처의 리더십과는 달리 의회나 주변 국가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난민들에 대한 선진국가의 책임을 외면하지 말라는 연설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그것은 아프리카 빈곤 국가들에서 반복되는 기아와 난민 문제는 당신의 나라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이 앞 다퉈 식민지 개척지에 뿌린 악의 씨앗에 있다는 불편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상기시켜주는 용기 있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2년간 120만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면서 지지율 하락을 겪었지만 독일의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특유의 리더십으로 2015년까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위에 9번이나 선정되었고, 2015년에는 타임지 '올해의 인물'에도 선정되었습니다. 4회 연임의 16년이라는 긴 시간만큼 당신이 겪어온 사건들은 크고 다양했지만, 약간의 손해도 못 참는다며 판을 뒤집어 버리는 영국의 브렉시트 사태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가진 합리적, 중재, 협력 등의 리더십은 독일을 지금의 위치까지 이끌었습니다.

 

때문에 당신은 훌륭한 지도자로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될 것입니다. 이것은 당신이 임기 마지막까지 세계의 지도자들과 더불어 많은 독일 국민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여야를 떠나 초당파적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세계의 존경을 받으며, 총리의 자발적 정계은퇴를 국민과 세계가 아쉬워하는 정치인, 이런 정치인 앙겔라 메르켈을 배출한 구 동독과 통일독일을 바라보는 마음은 부럽고 또 무겁게 느껴지는 시간입니다.

 

 

집이 넓지 않아 많은 옷이 필요 없다던 당신에게 왜 똑같은 옷을 입고 나오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나는 정치인이지 패션모델이 아닙니다.”라고 대답했던 검소한 당신에게 감동하면서, 엄마를 뜻하는 무티(Mutti)리더십으로 유럽의 화합과 평화를 이끌어 온 위대한 이름 앙겔라 메르켈(Angela Dorothea Merkel). 당신은 나를 몰라도 나는 당신의 이름을 잊지 않겠습니다. 더불어 한반도의 분단현실과 평화에 대해서도 노력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굿바이 미세스 앙겔라. 고생 많으셨다는 인사로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Danke schön.

 

최기만/ 본지 객원 논설위원

재창간 392호

 

 

ⓒ 관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트위터 트위터 미투데이 미투데이 페이스북 페이스북 요즘 요즘 공감 공감 카카오톡 카카오톡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주간베스트 TOP10
  개인정보취급방침회사소개 광고/제휴 안내기사제보보도자료기사검색
서울시 관악구 남부순환로 144길 35 대표전화 : 02-889-4404ㅣ 팩스 : 02-889-5614
Copyright ⓒ 2013 관악저널.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linuxwave.net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