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으라!
동양인의 정신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인물이 있다면, 공자일 것이다. 그는 양심을 따르는 곧은 삶을 살지 않으면, 온전히 사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정의롭게 살고자 하는 자는 양심에 따라 '똑바로(直)' 사는 자라고 했다.
서양의 철학자 스피노자도 양심을 가리켜 ‘우리 안에 존재하는 신(神)이다’라고 했다. 니체는 자신의 양심보다 사회의 관습이나 법에 순응하려는 심리를 ‘군중본능’이라고 했다. 인간은 유전적으로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군중에 영합하려고 한다. 군중이 가진 폭력이 개인의 힘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동서양의 철학자들의 견해가 일치하는 것 같다. 공자는 ‘늘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소리에 따라 사는 사람’을 군자라고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시대는 양심보다 군중본능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버린 듯 하다.
순응이란 자신의 의지나 동기가 아니라, 권위를 지닌 자의 명령에 따르거나 자발적으로 호응하는 행동이다. 역사상 가장 자유로운 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정의롭지 못한 군중본능에 순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급속하게 확장되는 지식을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과 욕심으로 무디어진 양심이 두려움과 공포에 굴복했기 때문이다. 사회의 모든 현상은 더욱 복잡하고 모호해지는 반면, 내가 아는 지식과 정보는 너무 적고 파편적이다. 이것을 타개하는 길은 집단에 소속되는 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집단과 깊이 동조하는 길은, 집단의 결정이나 판단을 맹목적으로 수용하고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양심과 상식은 더 이상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2천년 전 로마 총독 본디오 빌라도가 ‘나는 죄를 찾지 못하겠다’고 했지만, 광장의 군중들은 일제히 소리높여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쳤다’. 소크라테스에게 사형을 선고했던 배심원들이 바로 그 군중들이었다. 이름만 다를 뿐 북한의 인민재판과 다를 바 없는 메마른 목소리가 광장에서 울려 퍼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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