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1 : 그린랜드 빙상 손실의 첫 번째 메카니즘을 설명하는 모식도. 피오르를 타고
내려온 빙하는 따뜻해진 대서양 해수에 의해 하단이 침식되고, 결국 붕괴되어 바다로
떨어져 나간다. 빙산으로 떠돌다가 녹아서 해수면을 상승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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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연재: 지구온난화 Global Warming
그린랜드, 남극 빙하의 해빙과 해수면 상승(2)
그린랜드 빙하(ice)의 손실 메카니즘
그린랜드 빙하가 손실되는 메카니즘은 두가지이다.
첫째로, 그린랜드 대륙에 자리 잡고 있는 빙상이 중력에 의해 상층부로부터 좁고 긴 피오르를 따라 바다 쪽으로 흘러내린다. 스케이트를 타고 얼음을 지치면 스케이트 날과 닿는 얼음부분이 물로 바뀌어 스케이트가 미끄러지듯이, 빙하가 땅바닥과 접촉하는 부분도 빙하의 무게 때문에 물로 바뀌어 빙하가 미끄러지는 것이다. 빙하(glacier)가 해안가에 이르르면, 따뜻한 대서양 해수에 의해 덥혀져 빙하 하단이 침식되고 결국 몸체로부터 떨어져 나간다. 떨어져 나간 빙하는 빙산이 되어 바다를 떠돌다가 녹아서 해수면을 상승시킨다.
그린랜드에는 180개 정도의 피오르가 있는데, 1990년대에 빙하가 피오르로 몰려들었다. 20세기 후반부터 수온이 급상승한 대서양의 해수는 빙하가 육지와 닿아 있는 바닥부분을 지속적으로 침식시켰고, 그로 인해 바다쪽으로 돌출되어 있는 빙붕(ice shelf)이 대대적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여름철에 빙상의 상단부에서 얼음이 녹은 따뜻한 물이 마치 수직 파이프처럼 뚫린 배수관을 타고 빙상의 하단으로 쏟아져서 빙상의 바닥과 땅의 접촉면 사이를 타고 해안가에 있는 외곽 빙하까지 흘러가고, 이는 피오르의 빙하 이동을 더욱 촉진시킨다.
Box피오르
피오르란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길고 좁은 만을 의미한다. 노르웨이어로 fjord이고, 한자어로 협만(峽灣)이라고 한다. 빙하기에 산골짜기 사이를 가득 채운 거대한 빙하가 중력으로 인해 바다쪽으로 이동하면서 침식을 가하고, 빙하가 모두 녹아 사라지면 빙하가 깍아낸 U자형의 골짜기가 나타난다. 해수면 상승으로 U자형의 골짜기에 바닷물이 들어와 좁고 긴 피오르가 발달한다. 이것이 노르웨이의 유명한 피오르 관광지이다. 그린랜드에서는 바닷물이 아니라 거대한 빙상이 피오르를 채우고 있는데, 그 외곽 부분이 중력에 의해 바닷가로 흘러 내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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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랜드 빙상이 손실되는 두 번째 메카니즘은 따뜻해진 대기로 인해 빙상의 표면이 녹아서 그 녹은 물이 마치 빗물처럼 빙상 위를 흘러 대서양으로 유입되는 것이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그린랜드 빙하 손실은 주로 그린랜드 남동부와 북서부의 해안가 빙하들에서 앞서 살펴 본 첫 번째 메카니즘에 의해 발생하였고, 이는 그린랜드를 둘러싼 대서양 해수의 온도 상승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2010년 이후의 위성 관측에 의하면 그린랜드 빙상 손실의 70%가 표면의 해빙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따뜻해진 대기와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태양 복사량의 증가가 빙상 표면의 해빙을 추동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이전에는 첫 번째 메카니즘이 그린랜드 빙상의 손실을 주도하였다면, 그 이후에는 두 번째 메카니즘이 주도하고 있다.
위 두가지 메카니즘이 작동하면서 그린랜드 빙상은 2002년부터 2013년 사이에 매년 평균 2,800억 톤씩 사라졌다. 2003년에는 연간 1000억 톤이 감소되었는데, 2013년에는 그 4배인 4,000억 톤이 사라졌다. 그린랜드 빙상 손실은 연간 280억 톤의 비율로 가속되고 있다.
▲ [그림 2 : 그린랜드 빙상 손실의 두 번째 메카니즘. 북극지역의 기온은
2.4℃ 올랐다.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그린랜드 빙상 표면이 녹고, 얼음이
녹은 물은 강을 이루어 바다로 향한다. 2010년 이후에는 이 과정이 그린
랜드 빙상 손실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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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랜드의 미래
그린랜드 빙상은 궁극적으로 어떻게 될까? 또한 해수면 상승에 어느 정도로 기여할까? 이 문제를 다룬 대표적인 연구 세 개를 소개한다. 먼저, 2013년에 발표된 한 연구는 인류가 지금과 같이 온실가스를 과다하게 배출할 경우에 21세기 후반기에 이르면 그린랜드 빙상 표면의 해빙으로 연간 9000억 톤의 물이 바다로 흘러들 것이고, 이 효과만으로 해수면이 9cm 가량 상승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위 연구는 위 전망치를 매우 보수적으로 잡은 것이라고 자인하고 있다. 고도-기후 피드백 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수치인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잠시 뒤에 살펴 보겠다.
두 번째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위원회(IPCC)는 2013년에 발간한 제5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에서 그린랜드 빙상이 임계점에 도달할 수 있으며, 그 후에는 빙상의 해빙이 돌이킬 수 없는 추세가 되어 결국 영구적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한 임계점은 고도-기후 피드백에 의해 촉발된다. 즉, 그린랜드 빙상의 최고도는 중심부 3,600미터이고, 중심부로부터 해안가의 주변부로 경사를 이루며 낮아지는데, 고도가 낮은 곳에서는 눈이 내려 쌓이는 대신 비가 내려 곧바로 바다로 유출된다. 빙상 표면에서 해빙이 진행되어 빙상이 손실되면 빙상의 고도는 더욱 낮아지고, 고도가 낮아질수록 빙상의 표면이 더욱 따뜻해지므로 해빙이 더욱 가속된다. 고도가 1000미터 낮아지면 빙상 표면의 온도는 10℃ 올라간다. 이러한 양의 피드백 작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력해진다.
세 번째로, 2018년 12월에 발표된 한 연구는 2015년 파리 기후협정이 목표한 바대로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을 극도로 줄여서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2℃ 이내로 억제할 경우에 그린랜드와 남극의 빙상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다루고 있다. 연구에 의하면 지구의 기온이 2℃ 상승할 경우에 그린랜드 빙상 표면에서 녹은 물이 연간 4,000억 톤에 달할 것이고, 이 융해수가 해수면을 추가로 4.5cm 가량 높일 것이라고 한다. 이 연구는 앞서 소개한 IPCC 5차보고서에서와 같이 그린랜드 빙상이 ‘티핑 포인트’를 지나면 종전으로 되돌아 갈 수 없고 얼음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감소 추세가 지속된다면서, 그 티핑 포인트가 1.5℃에서 2℃ 사이라고 보고했다. 현재 지구의 기온은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서 이미 1℃ 상승한 상태이다.
그린랜드와 남극 빙하 전문가인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베비스(Michael Bevis) 교수는 2019년 1월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그린랜드 빙상이 티핑 포인트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 우리는 가까운 장래에 해수면이 점점 더 빠르게 상승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논평했다. ▶다음 호에 계속
이치선/ 변호사
재창간 33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