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요즈음 관악구청 앞은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신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생각한다면,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의사표현에 있어서 ‘집단’의 힘을 과시하여 ‘목적’을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 한다.
일인 시위일지라도 적법하고, 합당한 주장을 할 경우에는 고쳐야 할 것이지만, 그 반대인 경우 백만 명이 시위를 한다고 해도 ‘아니다’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숫자의 많고 적음과 시위의 결렬한 정도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에 의해 판단되어야 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
며칠 전 노점상 시위 현장과 50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버스정류장 앞 보도에 돗자리를 펴는 용감무식(?)한 젊은이를 봤다.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의 자리를 차지하고 수박을 펼치고 판매하는 뻔뻔한 모습에 놀랐다. 그 젊은 친구는 깨끗한 봉고를 타고 두 사람이 협업하는 것으로 보였다.
합법적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그늘에 숨어서 이렇게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자기의 ‘이기심’밖에는 관심이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의구현을 외칠 만큼 우리 사회가 ‘썩었다’고 보지 않는다. 도리어 서로의 목소리를 조금씩 낮추고 사회공동체의 평화를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야 할 시점에 왔다고 본다.
지금 우리의 싸움은 절대 빈곤이나 불평등 때문이 아니라, ‘더 잘 살고 잘 먹기 위한 투쟁’이라는 점에서 ‘정의구현’의 시대가 아니라 ‘평화 구현’ 시대라고 보고 싶다. 너무 ‘이기심 구현’ 중심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크기가 정해진 파이를 ‘내가 더 먹겠다’고 목소리를 높이지 말고, 가장 공평하게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재창간 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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