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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세상) 그림이 있는 정원
기사입력  2007/05/14 [00:00] 최종편집   

그림이 있는 정원

이삼 백년이 넘은 노송들이 숲을 이루고, 구필화가의 ‘그림이 있는 정원’을 TV에서 보았다. 운치가 있기에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서 남편을 졸라 주말여행을 떠났다. 광천 톨게이트를 지나 매현리 시골길로 접어드니 파란 마늘밭이 싱그럽다. 작은 언덕을 지나 정원 출입문으로 들어서니 노송이 가지를 뻗어 터널을 만들고 묵묵히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늘을 향해 곧게 치솟은 적송이 늘씬한 각선미를 자랑하고, 옹이 많은 소나무는 쓰러질 듯 비스듬히 누워 깊은 명상에 잠겨있는 듯하다. 구부러진 허리를 감아올렸다가 다시 가지를 아래로 뻗어내려 연못을 굽어보는 노송 또한 아름답다. 지나는 이마다 올려다보며 잘 생겼다고 예찬을 아끼지 않는다. 소나무의 여러 모양새는 정원에 운치를 더해주었다. 그래서 옛 선비들도 노송을 주제로 즐겨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렸나보다.

소나무는 어린시절 고향 뒷산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나무라서 더 정겹게 느껴졌다. 우리민족의 상징으로 척박한 땅에서도 뿌리를 잘 내리는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변치 않는 성품으로 독야청청 꿋꿋한 기상이 자랑스러운 듯 솔바람이 가지를 흔들며 지나간다.

정원을 한 바퀴 돌았다. 갈색솔잎을 헤집고 올라온 튜울립과 수선화의 파란 싹들이 신비스럽다. 사월이 오면 꽃들의 향연으로 더욱 정원은 아름다워 질 것이다. 군데군데 놓여있는 기묘한 자연석, 작은 연못 위로 놓여진 빨간 구름다리,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쌓아올린 첨성대모양의 돌탑에서 사랑과 소망이 꿈틀대며 오버랩 되어 온다.

이 정원을 만들게 된 동기는, 대학교 이학년인 아들이 사고로 1급 장애인이 되어 창문을 통해서만 자연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질곡의 20년 세월을 두고 한 그루 두 그루 눈물로 나무를 심고 키운 것이 지금의 아름다운 소나무 숲을 이루었다고 한다. 아들에게 좀더 친화적인 자연을 보여 주기위해 삼 만평이나 되는 거친 야산을 깎고 다듬었다. 소나무 숲과 야생화가 어우러진 정원을 휠체어로 산책할 수 있도록...

아들을 바라보기조차 힘든 아픔, 그래서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가지를 전지했다. 그 숭고한 하버지의 사랑이 나무에 배어 옹이가 된 듯 옹이진 나무가 많았다. 숲 사이를 누비는 솔바람을 타고 부정(父情)의 애절한 기도소리가 환청으로 들려오는 듯 하다. 숲에서 뿜어 나오는 신비로운 기운과 솔 향은 아들의 정신을 건강하게 해주었다.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이 승화되어, 손발을 쓸 수 없는 아들이 입에 붓을 물고 소나무를 그렸다.

정원 안에 있는 갤러리에 수 십 점의 작품이 진열되어 있다. 상상을 초월한 예술이다. 입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믿기지를 않는다. 대지의 기운을 끌어 올리는 나무뿌리의 강인한 생명을 상징으로 그린 작품 앞에 발걸음을 멈췄다. 입에 힘을 주어 펜을 물고 10개월이 넘도록 섬세하게 긋고 긋는 공을 들인 그림이었다. 그 뼈를 깎는 고통으로 구축된 작품이라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사를 발하게 한다.

아버지의 깊은 뜻을 헤아린 아들, 그래서 구필화가로 성공 할 수 있었던 아들의 효심, 참으로 아름다운 사랑이다. 부자간의 그 행복은 환한 미소가 되어 아침햇살처럼 빛나고 있다. 혼신을 쏟아 열정으로 무엇이든 노력을 하면 무한한 가능성을 창출시킬 수 있다는 교시를 준다. 인간승리의 아름다운 사랑을 보면서 가슴이 찡하도록 전율을 느꼈다.


강미희

약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관악문인협회 사무국장
문학저널문인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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