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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대학의 참사와 문화의 충격
기사입력  2007/04/30 [00:00] 최종편집   


(사설)

미국 역사상 대학 내에서 일어난 최대의 참사에 속한다는 ‘버지니아대학’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신선한 문화의 충격을 경험했다.

가해자인 ‘조승희’의 추모석(비록 23일날 치워졌지만)에도 꽃과 위로의 편지를 가져다 놓았을 뿐 아니라, 그 가족들을 향한 분노를 표출하거나 보상금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조승희씨가 미국문화에 쉽게 동화되지 못하고,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 외톨이로 지내며 따돌림 당했던 과정을 주목하면서 가해자이지만 또한 희생자라는 시각을 보여 주었다.

사랑하는 가족이 이유도 모른 채, 광기에 젖어 쏘아대는 총탄에 맞아 죽어갔는데 어떻게 그런 살인자를 쉽게 용서할 수 있을까? 과연 성숙한 시민의식 운운하면서 감동만 해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사건의 중대성과 견주어 볼 때, 그 흔한 합동 영결식이나 합동 장례식도 없이 조용하게 치러지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TV는 오열하며 울부짖는 유족의 모습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주지 않았고, 침통한 표정으로 참배하려는 정치인들의 모습이나 흔한 화환도 없었다. 우리 문화에서는 당연히 등장해야 할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시위와 친지들의 격렬한 몸싸움도 없었다.

온정주의, 가족중심주의에 익숙한 우리네 입장에서는 너무 야속하고, 썰렁하기조차 한 추모식을 보면서도 도리어 안도되는 것은 무슨 아이러니인가? 범인이 한국출신이라는 말이 나올 때부터 전전긍긍하며 애태우던 우리의 조바심과는 너무 다르게 흘러갔다. 진상 조사의 방향도 총기규제의 자유, 정신이상자의 총기 소유 문제, 대학 내 치안 부재 등과 같은 사회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어서 진행되었다.

우리는 통곡과 오열, 폭력적인 몸싸움, 시위 등등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장례식보다 미국의 방식이 좋다고 이분법적으로 재단하기에 앞서, 뭔가 우리와 다른 문화 속에서 배울 것을 찾아내는 성숙한 모습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의 문화 중에 상당 부분이 달라져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을 받게 되었던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세계화란 가장 ‘우리적인 것’을 세계적인 것으로 승화하는 능력이라고 했는데 우리의 어떤 모습이 세계인에게 감동과 교훈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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