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고발현장 기고
남달리 관악산에 관심을 갖고 해찰 할 새도 없이 산지기 노릇을 한탄인지, 관악산에 있는 나무하나 들꽃 한 송이에도 정이 간다. 각박하고 험한 세태에도 튼실하게 자라주는 관악산 숲은 모진강풍과 맵찬 추위에도 고사되지 않고, 공해에 찌든 우리들을 어서 오라며 반겨 맞는다.
知人은 물을 찾고 德人은 山을 좋아한다는 옛말이 있지만 난, 지인도 덕인도 아닌 올곧은 퇴물 늙은이에 불과하다. 자연을 사랑하며 들꽃을 가꿀지언정 늘 꽃과 대화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는 것은 자연과 합일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자연에 대한 고마움과 일하는 즐거움의 행복감에 젖어 아직도 건강을 유지하는지 모른다.
내가 관악산에 성을 쌓은 지도 어언 10년이 되었다. 그동안 난개발에 혈안이 된 서울대와 목숨을 걸고 맞서 투쟁 할 때 관악구민들이 저에게 힘을 실어주셔서 난개발을 제어하는 법적장치를 만들게 되었다. 그러나 한동안 잠잠하던 서울대가 수많은 노선버스를 불러들여 관악산을 훼손하는 새로운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서울대로 들고나는 차량이 하루에 2만대나 되기 때문에 봉천 4거리는 교통 혼잡이 야기되는 판국에, 서울대 정문 앞을 지나는 버스는 거론할 필요도 없지만 서울대 깊숙이 운행하는 노선버스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서울대를 순환하면서 관악산 중턱에 있는 공학관 앞을 지나는 노선버스가 문제이다.
예전에는 공대 앞까지 마을버스 15대가 3분 간격으로 270회를 운행하기 때문에 별로 어려움 없었는데 5개 노선버스가 꼬리를 물고 언덕길을 순환하는 관계로 매연을 내뿜어 관악산 나무들이 신음하고 있다. 평일에도 승객은 농생대 앞에서 하차하고 거의 빈차로 달리지만 공휴일이나 아침과 야간에는 텅텅 빈차로 운행하는 것은 기름 낭비요, 대기오염을 가중시킨다.
서울대 총장을 바로 총리로 발탁하던 시대는 지났다. 툭하면 환경문제를 들고 나오던 서울대가 환경을 훼손하는 주법이 되었으니 이러다간 서울대를 지방으로 옮기자는 민심이 수런거릴까 걱정된다. 버스가 너무나 자주 다니는 탓에 학교버스 25대는 길가에 세워둬 녹슬고 있다.
한발자국도 걷지 않으려고 강의실 앞까지 노선버스가 다니는 대학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단다. 지난해⌜에쿠 캠퍼스⌟를 제창한 서울대는 국민들에게 사기를 친 꼴이라 여겨져 씁쓸한 기분이다. 서울대 총장은 서울대의 이름에 먹칠하지 말고 늦은 감은 있으나 하루 속히 이성을 찾기 바란다. 관악산은 서울시민의 산소통이지 서울대의 소유물이 아니란 말이다.
이후용/ 관악산을지키는시민모임 대표
2007년 2월 7일자 재창간 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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