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 독립서점 현장취재 : ‘밝은책방’ 김소리 대표
변호사가 운영하는 ‘밝은책방’ 기획행사 돋보여
샤로수길 끝자락 낙성대지구대 옆 건물 2층, 20평 공간에 ‘인문사회예술서점’ 특화
기획행사 : 변호사와의 법 토크, 사회이슈 북토크, 초청강연, 책읽기, 전시, 공연 등
“변호사가 운영하는 책방이니까 책방에 대한 기대가 남다를 것이라고 생각해요.”
최근 관악에 뿌리내리며 20~30대의 발길을 끌고 있는 독립서점이 많아지고 있는 가운데 낙성대동의 ‘밝은책방’은 올해 1월에 개업한 자칭 독립서점 후발주자다.
그러나 ‘밝은책방’은 개업하자마자 한 달에 5회 이상 고객들의 관심을 끌만한 행사를 끊임없이 기획하여 변호사가 운영하는 ‘인문사회예술서점’의 위상을 공고화시켜냈다.
독립서점은 책방주인장의 취향에 따라 서점 인테리어와 책 내용, 책배치, 운영방식이 다양하다. ‘밝은책방’은 변호사가 책방주인장인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낸 책 내용과 배치, 운영방식 때문에 고객도 대학생, 로스쿨 예비법조인, 진취적인 20~30대 직장인 등이 많다.
‘밝은책방’ 김소리 대표
김소리 대표는 88년생 여성변호사로 2015년 서울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공익사건을 많이 다루는 로펌에서 일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로펌을 그만두고 그동안 꿈꿔왔던 새로운 세상에 도전했다.
김소리 대표는 “로펌 변호사 일은 강도도 높고 너무 힘든 일인데다 계속되는 야근에 남을 대신해서 싸우는 소송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커서 이런 삶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어려서부터 관심이 많고 좋아했던 문화예술 공간을 꾸며보기로 결심했고, 변호사 일도 병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변호사 사무실과 함께 독립서점을 개업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밝은책방’ 개업에 이어 책방 한쪽에 ‘물결’ 법률사무소를 동료변호사와 함께 개소했다. 책방 식구로는 강아지 ‘로마’도 있다.
밝은책방 ‘큐레이션’ 특징
“독립서점은 각 책방만의 독특한 책 선별과 배치, 분류 등을 통해 독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북큐레이션이 중요하다”
김소리 대표는 “변호사가 운영하는 책방이라 노동권, 주거권, 환경권 등 여성, 아동, 장애인, 동물, 소수자 등의 인권별로 분류하여 특색있게 배치했다”며, “독립서점은 책방주인의 안목을 믿고 고객들이 찾아오는 곳”이라고 말했다.
한쪽 서가에 인권별로 찾아보기 좋게 배치되어 있다면 다른 쪽 서가에는 책방주인의 안목이 돋보이는 문학, 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인문사회예술 서적이 분류되어 채워졌다.
김 대표는 “책은 어렵거나 딱딱하지 않고 대중성이 있지만 적당한 깊이가 있는 책으로 선별했다”며, “원래 사회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로펌에서 일을 할 때도 꾸준히 공익소송을 수행하기도 했고, 대학생 때 사회과학 동아리에서 공부도 했었기 때문에 인문사회과학 책을 선별하는 안목을 갖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밝은책방’은 북큐레이션의 중요성을 실감시키기에 충분했다. 책 선별과 분류, 배치 자체가 책을 소개하고, 책을 돋보이게 만들고, 책 내용을 드러내게 만들어주었다.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대중성 있는 책으로 선별해 접근성을 높였다. 누구나 자신의 취향이나 관심에 맞게 쉽게 분류된 책을 찾아 볼 수도 있다. 또한, 고객의 수준을 보다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질 높은 책으로 꾸며져 있어서 책방주인의 안목에 신뢰를 높여준다.
책방 공간활용, 다양한 프로그램
“독립서점은 책만 파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각 책방만의 공간 활용도가 중요하다.”
김소리 대표는 “밝은책방의 주요 공간 활용은 변호사가 운영하는 책방의 특색에 맞게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운영하는 것”이라며, “인권문제를 비롯해 사회적 쟁점 관련 강연과 북토크, 법토크 등 한 달에 5회 이상 이벤트행사를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1월에 개업한 ‘밝은책방’은 약 6개월 기간 동안 쉼 없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각종 지원사업에도 참여하고, 강사를 초빙하고, 수강생도 모집하며 행사를 진행하여왔다. 한 마디로 굉장히 바쁘게 열정적으로 달려왔다.
‘밝은책방’은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이 주최하는 '2022년 우리동네 책방 배움터' 사업 대상 서점 20곳 중 한곳으로 선정돼 <차별금지법>, <탄소중립법>에 이어 7월 16일(토)에는 <성매매특별법> 법토크가 예정되어 있다.
홍세화 언론인의 강연을 비롯해 김동춘 교수의 <시험능력주의> 북토크 등 저명 칼럼진들의 초빙도 관심을 끌었다. 또한, 변호사가 진행하는 독서모임을 비롯해 평론가 진행의 문학 속 근대사 읽기 등 기획력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은 무궁무진했다.
‘밝은책방’의 기획 프로그램은 사회적 이슈의 법토크나 북토크, 책읽기 진행이 전부가 아니었다. 시인과 함께하는 여성시인들의 시 읽기를 비롯해 미술작품 전시와 함께하는 초상화 이벤트, 책방 안에 피아노와 기타가 장식물이 아님을 확인시킨 싱어송라이터의 어쿠스틱 사운드 공연도 진행됐다.
한편, 독립서점의 높은 인문사회 문화예술적인 기여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경영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사실상 책방 운영만으로는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독립서점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다양한 방식의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이복열 기자
재창간 41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