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 독서토론활동 독서동아리
우연히 글목을 돌다 만난 독서동아리 ‘글목산책’
이따금 동아리 회원님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돌아보다 보면 신기한 마음에 화들짝 놀라곤 합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 만난 걸까. 그리고 어쩜 이리 열심일까. 그저 우연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벌써 3년째 동아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는 게 사실 제게는 기적 같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이어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2018년 8월, 3개월간 참여한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프로그램 마지막 날, 글빛정보도서관의 신계영 사서님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우리에게 “여러분, 동아리 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하는 제안을 하셨습니다. 동아리요? 글쎄요, 그게 잘 될까요? 솔직히 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출석을 강제할 방법이 없고, 리더도 없으니, 잘 되어봤자 친목 모임에서 그치는 게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얼굴을 익힌 회원님들과 헤어지는 게 아쉬워 일단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따로 장소를 알아볼 필요 없이 글빛정보도서관 2층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모임에서 이렇게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는 시간이 갈수록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글목산책’은 월 2회 국내외의 단편소설을 매회 2편씩 읽어온 뒤 토론을 이어가는 동아리입니다. ‘글목산책’이라는 이름은 회원이신 이지영님이 공지영 작가의 「맨발로 글목을 돌다」 를 참고하여 지어주셨습니다. 처음의 우려와 달리, 우리의 만남은 늘 충만하고 따뜻한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단편소설의 세계는 어찌나 다양하고 무궁무진한지 매번 우리는 맨발로 글목을 돌고 도는 그런 느낌을 받으며 책장을 덮곤 했습니다. 혼자 읽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주인공의 심리, 행동 양상도 각자 다른 인생 경험을 지닌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해의 물꼬가 트이면서 전혀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즉 동아리에 나오기 전엔 “이 소설 뭐야? 주인공이 왜 이래? 재미없어!” 했는데 함께 읽고 토론하다 보면 어느새 평점이 쑥 올라가 있습니다. 오늘은 이분 덕분에, 다음엔 저분 덕분에 작가가 혼을 바쳐 쓴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나를 둘러싼 세상과 타인에게까지 너그러워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관악구청에서 독서동아리 지원금을 받아 책을 구입하였습니다. 연체 스트레스 없이 한국의 보석 같은 근현대작가들의 작품을 보다 꼼꼼히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기쁨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우리가 읽어야 할 책들은 훨씬 더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대로라면 우리 동아리, 10년은 훌쩍 넘겨서 지속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때까지 지금껏 늘 곁에서 챙겨주신 사서님이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단편소설과 독서동아리에 관심 있는 새로운 분들의 참여, 연락 기다립니다. ‘글목산책’은 결코 실망을 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조정하/ 글목산책 대표
재창간 3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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