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관악구의회, 누구를 위해 존재했는가
최근 관악공동행동 시민주권위원회가 발표한 '제9대 관악구의회 의정활동 평가 결과 보고서'는 우리에게 매우 뼈아픈 현실을 직시하게 만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겉으로 드러난 수치만 보면 제9대 의회는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일한 것처럼 보인다. 의원 발의 조례 건수는 총 312건으로, 지난 8대 의회(98건) 대비 무려 318.37%나 폭증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숫자 뒤에는 '실속 없음'이라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다. 내용을 뜯어보면 참담하다. 제정 조례 142개 중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생활형, 구체성, 실효성' 기준을 모두 충족한 조례는 단 37개(26.06%)에 불과했다. 개정 조례 또한 사정은 다르지 않다. 170개 중 47개(27.65%)는 상위법령 개정에 따른 단순 문구 수정이거나, 타 자치구의 조례를 뒤늦게 베끼는 수준에 머물렀다. 정책지원관 제도의 도입으로 입법 지원 인력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의원들은 구민의 삶을 혁신할 '질적 고민' 대신 '건수 채우기'에만 급급했던 셈이다. 양이 질을 대체할 수는 없다.
구의원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인 '구정질문'은 녹슬다 못해 부러진 상태다. 9대 의회의 구정질문은 총 74건으로, 8대 의회(104건) 대비 오히려 30% 가까이 급감했다. 집행부를 견제하고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할 의회의 기능이 심각하게 약화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의원들의 태만이다.
평가 대상 의원 20명 중 무려 6명(30%)이 3년 6개월의 임기 동안 단 한 번도 구정 질문을 하지 않았다.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라고 뽑아준 자리에서 침묵으로 일관한 것이다. 질문을 한 경우라도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한 대안 제시는 12%에 그쳤고, 절반 가까이(47.3%)는 단순 사실관계 확인이나 불필요한 질문으로 시간을 때웠다. 의회가 집행부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행정사무감사 역시 '수박 겉핥기' 식이었다. 총 1,102건의 질문 중 건설적인 '대안 제시'는 고작 33건(2.99%)에 불과했다. 반면, 자료만 읽어보면 알 수 있는 '단순 질문'과 '불필요한 질문'이 전체의 70%에 육박했다. 공무원노조가 실시한 설문평가에서도 20명 중 19명의 의원이 하위권에 머물렀다는 점은, 의원들의 전문성과 의정 역량에 대한 내부의 시선이 얼마나 냉혹한지를 증명한다.
물론, 평가에 대한 구의원들의 다른 목소리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 대상 20명 중 '우수(상)' 등급을 받은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반면, 전체 의원의 85%(17명)가 하위권으로 분류되었으며, 100점 만점에 25점조차 넘기지 못한 의원이 9명(45%)에 달했다. 이는 특정 정당의 문제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의석을 양분하고 있는 구조 속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전반적인 의정활동이 부실했음을 보여준다. 각 정당은 이러한 자료를 차기 구의원 후보자 검증에 적극 활용하고, 반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유권자들 역시, 이런 자료를 통해 매서운 감시자가 될 때, 지방의회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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