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출 칼럼)
과도한 의욕이 흐름을 끊을 수 있다
▮권위는 어떻게 세워지는가
"새로 부임한 관리는 세 개의 횃불처럼 기세등등하다"는 말이 있다. 새로운 리더는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조직의 기강을 바로 세우려는 의욕에 불타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의욕이 과도하면 오히려 판의 흐름을 끊고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 자오위핑의 저서 ‘판세를 읽는 승부사’는 20대 젊은 나이에 낙양 북부위로 부임한 조조의 사례를 통해 이 교훈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당시 조조는 권위를 세우기 위해 서두르다 하마터면 벼슬길이 막힐 뻔한 위기를 겪었다.
2026년 대한민국, 야당인 국민의힘 역시 새로운 리더십 아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판사 출신의 재선 의원이라는 비교적 짧은 정치 경력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로 선출된 장동혁 대표의 행보는 마치 1800여 년 전, 젊은 조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과도한 의욕이 부른 조조의 실수는 국민의힘과 정치인에게 어떤 역사적 교훈을 던져주고 있을까.
스무 살, 약관의 조조는 부임하자마자 낡은 관청을 수리하고, 규율을 어기는 자는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하겠다며 '오색봉(五色棒)'이라는 형벌 기구를 만들어 관청 문에 내걸었다. 이는 자신의 권위를 신속하게 세우려는 조급함의 발로였다. 하지만 자오위핑은 이를 '자신감 부족'의 역설적 표현으로 분석한다. 환관 가문 출신이라는 배경과 평범한 외모에 대한 열등감이, 그를 더욱 조급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위엄 있는 외관과 엄격한 법 집행이라는 '보여주기식' 정치를 통해 자신의 약점을 감추고 권위를 인위적으로 만들려 했다. 이는 판의 흐름을 읽고 민심을 얻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닌, 힘으로 흐름을 만들려는 인위적인 시도였다.
"하지만 빈 수레가 요란한 법입니다. 조조가 이렇게 젊은 패기에 위세를 떨친 배후에는 ‘자신감 부족’이라는 본질이 숨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열등감이 조조를 조급하게 했던 것입니다."
장 대표 취임 이후 국민의힘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은 젊은 조조의 실수를 연상시킨다. 그는 당의 기강을 잡고 선명성을 강화하겠다며 여러 '오색봉'을 꺼내 들었다. 대표적인 것이 '패널 인증제' 도입 구상이다. 방송에 출연하는 당 소속 패널들을 당이 직접 관리하여 '당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게 하겠다는 이 발상은,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억누르고 획일적인 메시지만을 강요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는 마치 오색봉을 내걸고 "금령을 어기는 자는 다 죽일 것"이라 공표했던 조조처럼, 힘으로 질서를 잡으려는 조급함으로 비친다.
또한, 당내 비판 세력이나 다른 계파에 대한 강경한 대응은 '뺄셈의 정치'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배현진 의원에 대한 중징계나 한동훈 전 대표 측근에 대한 조치 등은 당 통합을 저해하고 외연 확장을 가로막는다는 지적을 받는다. 여기에 윤석열 전 대통령 면회, 조계종 방문 시 합장 거부 논란 등은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행보로 해석되면서 중도층의 이탈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당의 체질을 개선하고 지지 기반을 넓혀야 하는 야당의 과제와는 정반대의 방향이다.
▮흐름이 끊긴 정당: 싸늘한 민심과 지지율
그럼에도 특정 보수 유튜버는 당원 가입이 늘어나고 있으며, 장대표가 선전(善戰)하고 있다고 띄우고 있다. 이러한 ‘부풀리기’와 '과도한 의욕'은 국민의힘의 흐름을 끊고 있다. 당의 지지율은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2026년 2월 9일부터 13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6.1%로, 44.8%를 기록한 더불어민주당에 크게 뒤처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보수의 텃밭으로 여겨지던 지역에서조차 위기 신호가 감지된다는 점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PK(부산·울산·경남) 지역 지지율이 민주당에 역전되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는 장 대표의 리더십이 당의 외연을 확장하기는커녕, 내부 결속을 다진다는 명분 아래 지지층을 편협하게 만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쇄신과 변화를 통해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을 끌어안아야 할 시점에, 강성 지지층에 기댄 선명성 경쟁과 내부 권력 다툼에 함몰된 모습은 민심의 흐름과 완전히 역행하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윤(絶尹)'을 선언하고 과거와 단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조차 나오지만, 지도부는 여전히 명확한 메시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당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비전 부재와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승리를 위한 리더십: '오색봉'이 아닌 '통합'과 '확장'
다가오는 지방선거와 차기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국민의힘에 필요한 리더십은 젊은 조조의 '오색봉'이 아니다. 실수를 통해 배우고 대업을 이룬 '성숙한 조조'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크게 세가지로 제시하자면, 첫째, 통합의 리더십이다. '뺄셈의 정치'가 아닌 '덧셈의 정치'로 전환해야 한다.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존중하고, 비판 세력마저 끌어안아 '개혁보수'의 큰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 당내 소장파와 개혁보수 계보가 실종되었다는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한다. 진정한 권위는 처벌과 징계가 아닌, 포용과 신뢰에서 나온다. 둘째, 확장성의 리더십이다.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를 그만두고 중도, 청년, 그리고 합리적 진보층까지 설득할 수 있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당명 변경과 같은 외형적 변화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을 읽고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유능한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셋째, 실용의 리더십이다. 이념 과잉에서 벗어나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해결해주는 실용적 자세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역사 논쟁이나 이념 대립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경제, 복지, 안보 등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을 놓고 여당과 경쟁해야 한다.
조조는 훗날 자신의 과오를 교훈 삼아 인재를 널리 구하고 실용적인 정책을 펼쳐 난세의 승자가 되었다. 장동혁 대표와 국민의힘 역시 지금의 과도한 의욕이, 판의 흐름을 어떻게 끊고 있는지 냉철하게 성찰해야 한다. '오색봉'을 내려놓고 통합과 확장, 그리고 실용의 길로 나아갈 때 비로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선거에서 승리하는 '흐름'을 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위세를 떨칠 때가 아니라, 판 전체를 읽고 다음 수를 준비해야 할 때다.
권영출 본지 회장
재창간 49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