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문성과 도덕성, 그 분리된 진실
80년대 중반, 특별한 인연으로 교육과정 연구위원으로 추천받고, 대학교수들과 함께 일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당시 대학교수라면 학문적 성취뿐만 아니라 당연히 그에 걸맞은 도덕적, 윤리적, 인격적으로도 높은 수준에 도달한 '전인적 존재'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자주 만나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동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게 되었다. 이 경험을 통해 전문성이 도덕성을 담보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문적으로 높은 위치에 도달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 깊이만큼 윤리적, 도덕적 측면도 존경할 만한 수준에 도달했는가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박사 학위는 도덕이나 윤리 분야의 학위가 아닌 특정 전공 분야의 전문성을 의미할 뿐이며, 그 학문적 깊이가 곧 윤리와 도덕의 깊이와 등가를 이루지는 않을 수 있다. 그때부터 교수, 의사, 변호사 등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분은 ‘모두가 전인격적 존재’라는 선입견을 내려놓았다.
훌륭한 의사란 질병을 정확히 진단하고 효과적으로 처방하여 병을 잘 치료하는 의사를 지칭한다. 이러한 평가는 의사의 진단 및 처방 능력, 즉 특정 재능과 기능에 국한된다. 의사의 인격이나 도덕성까지 훌륭하다는 의미를 포함하지 않으며, 훌륭한 인격자라고 말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18세기 ‘현대 외과학의 아버지’로 불리던 존 헌터의 경우도 ‘시체 도굴꾼과 거래하며 불법적으로 시신을 확보하여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19세기까지만 해도, 흑인 노예 여성을 대상으로 한 비윤리적 실험을 진행했던 위대한 의사가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공직자의 경우도, 국가와 국민의 공익적 서비스맨으로서 일정 수준의 도덕성은 필수적이다. 도덕성이 결여되면, 아무리 전문적 식견이 높아도 공익보다 사익과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청문회 등에서 다루는 도덕성 검증의 범주를 어디까지 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전문성과 도덕성 중 어디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국회 청문회를 보면, 장관의 전문성과 정책,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한 날카로운 질의응답은 거의 찾기 힘들다. 주로, 말초신경을 자극할 수 있는 윤리적, 도덕적 사례가 단골 주제로 등장한다. 어느 정도는 필요하겠지만, 적절한 비율이 무너질 때 국방장관이나 노동부장관이나 무슨 차별성을 갖는지, 국민이 구별하기 힘들다. 전문성과 도덕성의 양립이 최선이지만, 반드시 분리해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무슨 장관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도록 진행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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