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는 미신(迷信)에서 벗어 났을까?
러시아의 심리학자 자이가르닉이 발견한 ‘자이가르닉 효과’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매일 매일 기억해야 할 많은 사건과 일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늘 그 모든 것을 기억해 두려면 뇌의 용량에 과부하게 걸리게 된다. 그래서 두뇌는 ‘과업이 끝나 해결된 문제’는 기억회로에서 깨끗이 지워버리고, 완결되지 못한 것은 계속해서 기억회로 속에 보관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오늘날처럼 복잡하고 과도한 정보가 쏟아지는 현실에서, 뜨거워진 두뇌를 식히기 위해 ‘확인했다’고 판단하는 순간 머릿속에서 빨리 지워버린다. 빨리빨리 지우지 않으면, 계속 밀고 들어오는 정보로 인해 신경 써야 할 문제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내가 경험한 중학생들의 경우, 시험 기간 중에는 엄청난 양의 학습 정보를 기억한다. 그런데 시험을 마치고 교실을 나오는 순간, 그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그래서 ‘자이가르닉 효과’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심지어 중 3교실에 마지막 기말고사가 끝나면 쓰레기통은 찢어진 교과서들로 넘쳐난다. 다시 쳐다보기도 싫다는 퍼포먼스처럼 느껴진다. 그럼, 이들은 왜 이토록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어 하는 책을 읽고, 공부하는 할까?
1960년에는 학교에서 공부할 때, 우리 부모 세대는 ‘미신(迷信)’에 빠져있다고 들었다. 그때는 ‘미신(迷信)’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아주 나쁜 것이라는 관념을 갖게 되었다. 공부를 하면, ‘미신(迷信)’에 빠지지 않게 된다고 믿었다. 미신에 대해, 국어사전에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없이 맹목적으로 믿는 것’이라고 쓰여있다. 그렇다. 공부를 통해 세상에서 겪거나 만나는 모든 현상에 대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로 이해하는 것이다.
21세기는 가장 과학 기술문명이 활짝 꽃피고 발전한 시대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삶 속에는 엄청난 ‘미신(迷信)’이 떠돌고 있다. 그뿐 아니라, ‘미신(迷信)’을 SNS와 인터넷을 통해 소통시키고, 이것에 열광하는 신도(信徒)들도 날로 늘어난다. 왜 이토록 ‘미신(迷信)’이 퍼지고 있을까? 20년 전 쓰레기통에 버려졌던 교과서들이 나에게 알려주었다.
시험을 보기 위해 공부했지,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이치에는 이르지 못했다.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놓고 기도하는 것은 미신이고, 교회에서 기도하는 것은 지성적이며 과학적이라고 여기고 있다. 2500년전 소크라테스가 ‘숙고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라고 했던 말이 떠오르는 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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