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독점(獨占)과 독재(獨裁)의 거리
상거래에서 독점이란 어떤 상품의 공급에 있어 경쟁자가 하나도 없는 경우 또는 한 회사가 시장 점유율을 50% 이상 차지하는 경우를 말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중세 유럽의 상인 또는 수공업자들이 동업자 조합인 길드를 통해 이권을 확보하기 위해 시작했다. 경제에서의 독점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뿐 아니라, 노동자의 직업 선택에서도 큰 불이익을 가져온다. 영국은 관습법을 통해 경제에서 독점을 금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도 비슷하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는 높은 품질과 편리성으로 많은 사람의 선택을 받았다.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는 시장을 독점하게 되었다. 이럴 경우는 자연적 독점이라 무죄를 받았다. 그러나, 자연적 독점의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하게 이득을 취하면 반독점법의 제재를 받는다.
경제와 정치는 이런 점에서 판박이라 할 수 있다. 특정 정당이 50%를 훨씬 넘어서는 지지를 받게 되면 독재(獨裁)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민주주의가 우리보다 오래된, 미국의 연방상원은 현재 100명 중 공화당 49명, 민주당 50명(민주당 성향 무소속 2명 포함), 무소속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화와 타협이 없이는 중요한 안건을 처리할 수 없는 절묘한 비율을 국민이 만들어 준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법안 통과를 위해 다른 정당의 국회의원과 전화해서 법안의 취지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선거의 결과가 과점(寡占) 혹은 독과점(獨寡占) 형태가 되면, ‘국민의 조정자’역할은 무너진다. 즉 다수당은 국민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점적 권한을 행사하기 쉬워진다. 대화와 타협보다는 다수라는 합법적 권한을 이용해 자기들이 원하는 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커진다.
최근에 국회 운영을 바라보면서, 일부 국민은 도무지 ‘상식’과 ‘이성’이 사라졌다고 개탄한다. 여야의 대화와 타협이 사라진 공간에 ‘독재’라는 그림자가 어슬렁거리게 된다. 과점(寡占) 혹은 독과점(獨寡占)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듯이 정치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감 중개를 바라보면서 국민의 심부름꾼인줄 알았던, 국회의원이 증인을 불러서 호통치는 모습을 보면서...우리 발등을 찍었다구나!하는 탄식이 든다. 증인으로 출석한 사람의 신분이 무엇이든,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이 ‘평등권’을 누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설혹 ‘범죄 피의자’라 해도 누려야 하는 헌법적 권리다. 어떻게 이런 국민을 증인으로 불러놓고, 저런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말인가? 논리적이고 이성적 질문 대신 ‘망신 주기, 윽박지르기’ 등 수준 낮은 질의를 일삼는 일부 국회의원을 보면서 분노가 생긴다. 독점(獨占)과 독재(獨裁)의 거리는 한치도 되지 않는다고 느끼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