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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와 김건희
(최기만의 시사칼럼)
기사입력  2022/06/21 [20:08] 최종편집   

 

▲최기만 객원 논설위원

 

(최기만의 시사칼럼)

김현희와 김건희

 

서울올림픽을 얼마 앞둔 지난 19871129, 미얀마 안다만 해역 상공에서 한국인 해외노동자들이 탑승한 대한항공 보잉 707기가 공중 폭파되어 탑승객 115명 전원이 사망한 KAL 858기 사건은 북한에 의해 서울올림픽을 방해하고 한국 내부의 대정부 불신 조장을 목적으로 한 테러행위로 알려져 있다.

여객기 폭파사건을 일으킨 두 폭파범 중 하나인 김승일은 그해 12월 바레인에서 조사를 받던 중 청산가리 캡슐을 이용해 자살했으나 실패한 김현희는 입에 재갈이 물린 모습으로 한국으로 압송되었는데, 하필이면 그날이 13대 대통령(노태우 당선) 선거를 하루 앞둔 1115일 이른 아침이었다.

 

 

당시는 휴대폰이나 인터넷 등 디지털 시스템이 전혀 갖추어지지 않았던 아날로그 시대였고, 언론이라고 해야 전두환 철권통치 아래서 보도 통제라는 입단속에 재갈이 물린 친정부 보수신문이나 어용방송 등이 전부였는데, 일본식 이름인 마유미로 알려진 김현희의 얼굴이 공개된 다음 날부터 이상하게 대부분의 언론들이 엉뚱한 분위기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저런 미인이 흉악한 폭파범이라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든가, 영화배우를 방불케 할 범인의 미모가 모두를 놀라게 했다는 식으로 언론의 본분을 잊은 얼빠진 보도가 날마다 신문 지면과 TV 화면을 장식했다.

 

미녀들만 용서받는 이상한 나라

 

대부분의 알만한 국민들은 잔혹한 폭파범보다는 김현희의 얼굴에 초점을 맞추는 언론의 미녀 프레임을 보며 전두환 정권이 꾸미고자 하는 무슨 꿍꿍이가 있겠다 싶었는데, 결국 그녀는 형식적인 재판이었지만 사형이 선고되었으나 이후 사면을 거치며 그것도 (그녀를 취조하다 사랑에 빠졌다는) 국정원 직원과 결혼해 책도 쓰는 등 행복하게 산다고 알려져 있으니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얼굴만 예쁘면 산다고 속담을 바꿔야 할 판이다.

 

어쨌든 일사분란하게 진행된 폭파범 김현희의 사면 국면에서 KAL 858기 공중폭발 희생자 유족들은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일어난 이 사건에 대해 북한 리스크와 연계된 안기부의 자작극 의심과 폭파 항공기의 희생자 모두 중동 건설노동자들이었다는 사실을 들어 진실공개를 요구하는 강력한 항의를 지속했지만, 국민이라는 존재는 독재정권이라는 바위에 던지는 날계란에 지나지 않더라는 사실만 쓴 교훈으로 남았다.

 

이것이 무슨 짓을 해도 미인은 다 용서가 된다는 김현희 사건이 낳은 자조어의 시작이다. 불행하게도 김현희 사건 이후 어느새 우리 사회는 미인 제일주의가 판을 치는 암울한 사회로 변해가기 시작했으니 인간 지성이 지배하는 내면적 가치가 아닌 외형적 표피가 던지는 선입견적 이미지가 인간 가치를 규정하는 우선순위라는 잘못된 등식에 함몰된 지는 꽤 오래다. 그 덕분인지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들은 탑 탤런트들처럼 예뻐지고 싶은 여성들로 인해 카드결제가 아닌 현금 불패라는 신화를 지키며 꾸준한 호황을 이어오고 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언론을 통해 대중 앞에 처음 얼굴을 드러낸 것은 2019725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검찰총장 임명장을 받던 날이었다. 이전 정부와는 달리 문재인 정부에서는 주요인사 임명장을 주는 날에는 내조나 외조에 힘쓴 배우자도 함께 하도록 자리를 마련해 축하의 의미를 더하고자 했던 것 같다.

 

 

그 자리에서 검찰총장 내조자로서 얼굴을 노출한 김건희 씨에게 대중들이 가진 관심은 대략 두 가지였다. 첫째는 윤 총장의 장모이자 김건희의 친모 최은순 씨가 잔고증명서 위조와 요양원 부정수급 등으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편인 윤 총장과 비교해 다소 의외인 젊은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이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자동차 수입사인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나 다양한 경력위조, 점술 관련 등 일련의 논란들은 속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과제로 남았지만 논란의 방패막이를 자처하며 나선 신문이 바로 조선일보와 종편방송 TV조선이다.

 

지난 박근혜 정부 때는 외국을 방문할 때 착용한 의상까지 세세히 보도하며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라며 찬양했던 조선일보는 이번에도 지면과 화면을 할애해 김건희의 미모 알리기에 애를 많이 쓰고 있으니 보기에도 민망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의 수준이다.

 

 

그 와중에서 대통령처럼 뭐 하나 아는 것도, 아무 생각도 없는 일부 젊은이들은 김건희 인터넷 팬 카페에 모여 건희천하지대본을 따라하며 그녀의 미모와 일상의 모든 정보를 나누며 무한 찬양에 열중하고 있으니 그곳에서의 김건희는 단순한 대통령 부인이 아닌 여왕이자 아예 강림여신이다. 아무리 가치관이 급변한 세상이라고 하지만 내 자식들이 그런 곳에서 그 아까운 젊은 시간을 쓰레기로 버리며 앉아있다면 차라리 혈육을 단절하고 남음이 있다.

 

우익들의 세상이 왔다

 

오늘도 전임 대통령이 사는 동네 앞에서는 우익들이 떼로 모여 확성기 볼룸을 잔뜩 올리고 날마다 저주의 육두문자를 날리고 있다. 전임 대통령도 그렇지만 그 동네 주민들의 고통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무리 소음신고도 하고 단체로 모여 항의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경찰에서도 합법적이라 하고, 여당 정치인들도 하나같이 자업자득이라고 일축한다. 집회의 자유 보장을 운운하지만 내심은 고소하다는 말이다. 시끄러워 못 살겠으면 당신들이 전임 대통령을 그 동네에서 내쫒으라는 막말도 들린다. 민주주의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아니라 행동에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말 자체가 의미 없다. 그나마 대통령이 나서면 멈출 수도 있으련만 원래부터 아무 생각이 없는 대통령도 작금의 쫄깃한 보복심을 은근 즐기고 있다.

 

 

여러 논란을 떠나서 대통령의 처나 장모에게도 이상적으로 처리할 모범 매뉴얼이 있으니 조국 전 법무장관 가족을 수사하듯 똑같이 수사하면 된다는 말도 들린다.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을 들고 아침에 대통령 장모의 집으로 찾아가 점심으로 배달 짜장면을 주문해 먹고 저녁 늦게까지 집안을 뒤지는 것이다. 당사자들이 쓰러지든 말든 신경 쓸 일이 아니라면 너무 가혹한 말일까?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공정의 기준은 아닐까 모르겠다.

 

어쨌든 입만 열면 공정세상과 민생을 입에 올리는 정치인들에게 요구하는 국민의 충고를 언제까지 무시하고 즐길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지금처럼 한심한 미인놀이에 빠져 대소변을 못 가리는 딱한 사람들이 있는 한 앞으로 우리는 어떤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 할지 정말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제발 한심한 미인놀음 그만하고 나라와 사회를 위해 뭐가 중한지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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