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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술, 그 병리학적 질환
(최기만의 시사칼럼)
기사입력  2022/02/09 [20:09] 최종편집   

 

▲  최기만 본지 객원 논설위원

 

(최기만의 시사칼럼)

점술, 그 병리학적 질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미래의 일을 알고 싶어 하는 욕망의 크기는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는 신정국가나 왕정국가는 물론 정치제도의 꽃으로 일컬어지는 현대 공화정 국가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인류가 미래에 대한 궁금증 해소를 위해 의존하던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무속에 의존하는 점술(占術)이었다. 마치 윷놀이 판의 모 아니면 도처럼, 도사가 던진 지팡이가 가리키는 곳이 한두 번은 맞출지언정 나머지는 흉조의 확률만 높아질 뿐이니 어떤 경우라도 국가나 사람의 운명을 이러한 요행이나 재수에 기대서는 안 되는 이유다.

 

과학자들은 호모 사피엔스인 영장류가 사회적 지능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점술에 의지하려는 욕망도 함께 생성된 것으로 추측하는데, 특히 내일의 운명에 유난히도 집착하는 권력자들의 욕망에 편승한 점술은 방술이나 점성술 외에도 여러 가지의 변형된 이름으로 종족이나 민족의 문화에 밀착해 인류의 역사와 함께 공존해 왔기에 점술에 의탁하려는 기대심리는 첨단 과학의 시대에도 크게 변함이 없을 듯하다.

 

한 개인이나 국가의 운명을 점술이나 해몽술에 의지했던 권력자들의 흥망에 관한 역사적 실례는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넘쳐나지만, 국가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마다 믿을만한 데이터에 근거한 합리적 판단에 의존하기보다는 정체도 모호한 신비주의 주술사들에 의지해 그들이 시키는 대로 했던 결과가 성공한 경우보다는 패망으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는 거대 제국을 운영하던 칭기즈칸과 후손들은 물론, 중국을 위시한 모든 국가의 왕들이나 심지어는 육군 장교로 있으면서 가는 곳마다 적을 제압하는 뛰어난 대포전술구사로 승리를 거두며 황제에까지 오른 기독교 국가의 나폴레옹도 예외는 아니었다. 제정 러시아 때도 피의 일요일 사건을 불렀던 무능한 황실이 출신 정보도 모호한 괴승 라스푸틴의 그럴듯한 예언에 끌려다니다 결국 로마노프 왕조 일가족이 몰살당하는 참극을 불렀다.

 

점술과 주술로 패망한 권력자들

 

구약 출애굽기에는 파라오 왕궁에서 모세와 점술가들이 대결했다는 기록이 있고, 신약에는 유대 분봉왕 헤로데 안티파스가 새 왕이 출생했다는 점술가들의 예언에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세 살 이하의 사내아이들을 남김없이 살해했다는 기록도 있다. 기원을 전후해 호메로스나 저명한 인물들이 역사기록을 많이 남긴 덕분에 그리스 신화로만 알았던 트로이 유적지가 터키에서 발굴되는 등 현대의 인류가 20세기 전의 로마 정치문화를 이해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로마의 역사기록에는 자신들의 중요 식민지에서 일어났다는 대규모 영아학살사건이 왕권에 의해 덮어질 작은 사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문서나 심지어는 유대민족 지침서인 탈무드에서도 유대 판 제노사이드에 대한 언급이 전무한 사실에 미루어 많은 역사학자들은 이것이 이른바 가짜뉴스이거나 유대인들에 국한된 가십 수준으로만 인식하고 있는 정도다.

 

어쨌든 점술은 조선시대의 운명도 결정했다. 구한말 식민지 격변기에 청과 러시아 등 강대국에 줄을 대는 수완이 뛰어나 외교의 귀재로 불리던 명성왕후도 자신 곁에 무녀 박창렬을 두고 진령군칭호까지 내려 강국들 앞의 풍전등화 같은 불안한 조선의 운명과 선택을 수시로 물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조선에 서광이 임박했음을 예언하는 박창렬의 요구대로 북묘에 관우 사당도 건립해 고종까지 직접 참배할 정도였건만 얼마 후 명성왕후도 일본 자객들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으니 사람을 설득하는 입놀림만 뛰어난 무녀에게 조선의 국운을 의지한 대가는 을미사변에 이은 고종의 아관파천이라는 몰락의 길로 향하는 것 뿐이었다.

 

한국의 점술시장 규모는 한 해 4.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인터넷이나 TV 스트리밍 서비스를 포함한 모든 영화산업이 벌어들이는 액수의 두 배가 넘는다. 더구나 각종 선거철이 되면 유명 무속인을 찾아 출마나 당락여부를 묻는 후보자나 주변인들이 크게 증가해 수입규모를 숨기려는 무속인들의 요구대로 엄청난 복채가 현금으로 건네진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일이다. 특히 재벌 회장 부인들이나 유력 정치인 부인들이 점술집의 단골 VIP 고객들이니 가진 것이 많은 이들일수록 실패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점술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장안에 소문난 점쟁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어도 그런 건 없다. 유난히 용하다는 점쟁이들이 가진 최고의 자산은 좀 더 확실한 희망의 말을 필요로 하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심리적 데이터 축적과 그것을 최대치로 활용할 수 있을 언어의 구사기술능력일 뿐이니, 어눌한 말재주를 가진 사람들은 그럴듯한 논리의 달변가들에게 위축되므로 결국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딱한 일이지만 어쩌겠는가. 그것도 그의 운명이라고 외면한다면 이 역시도 너무 점술적인가 모르겠지만.

 

점술가가 지배하는 두려운 나라

 

대선을 겨우 한 달 남겨둔 지금도 유력 야당 후보의 점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러한 논란이 커지자 비록 선대위 해산을 통해 물러났지만, 후보 당사자가 이전부터 밀접하게 교류하던 유명 점술인을 선대위에까지 합류시켜 밀접한 자문을 구했다는 점술 논란은 단지 후보의 부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김건희 녹취록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되었으니 야당 대통령 후보는 당선 여부와 별개로 현대의 과학 만능시대에서 미신과 동의어로 취급받는 점술 의존인물이라는 주홍글씨는 쉽게 떼어버리기 힘든 꼬리표가 되어 버린 딱한 모양새다.

 

 

결과적으로 점술 의존증도 끊기 어려운 도박이나 약물중독과 같은 정신병리학적 증세다. 권력자 주변의 십상시들이 동쪽이다 서쪽이다 하며 의견이 절반으로 나뉠 때 결정권자가 점술가에게 물어보고 정책을 결정하는 나라가 있다면 제일 먼저 불행해지는 건 백성들 자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묻지마 지지자들이 사방에서 난립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나라와 국민의 앞날이 하도 걱정스러워서 하는 말이다.

 

최기만 본지 객원 논설위원

재창간 4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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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인에게 물어보는 급한 앞날예언 아가사 22/05/11 [21:38]
앞날에 어떤 일이 일어 날지 아는 사람은 없겠지요.
돈 주고 자신의 앞날을 신들린 사람 (무속인)에게 물어보고 하는 사람은 마음이 편할까요?
한 번 가본 사람은 또 가고, 자주가고, 하다보면 집 팔아서 무속인에게 다 갖다 바치고 앞날의 일을 알아봐도 시원치는 않겠지요.
잘 살아 보려고 하다가 집이 망할수도 있겠지요. 또한 자신의 심상까지 망가지게 되어 의지하는 사람이 되고, 불안한 세상을 살게 되겠지요.
최기만 선생님의 글은 참으로 논리적이고 앞날이 급히 알고 싶은 인간들의 깊은 속내를 꺼냈다고 봅니다.
선생님의 "점술, 그 병리학적 질환" 을 읽으면서 국가적으로 걱정되는 무언가가 있고, 앞으로 5년을 걱정속에 살 생각하니 참으로 편치 않은 나날이 될것 같습니다.
미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의 판단으로 우리나라가 깨끗한 정치, 상식있는 정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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